미디어선거 시대 -각당 어떤 해법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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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가 본격 도래한 미디어 선거시대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심층질의 부재 (不在) , 단조로운 개별 토론등 절차와 방법의 문제가 있지만 TV토론은 웬만한 규모의 대중집회 보다 훨씬 크고 강하게 '표심 (票心)' 을 흔들기 때문이다.

특히 토론후 즉각적으로 실시되는 신문.방송사의 여론조사가 복합상승효과를 일으키는데 주목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은 "이번 대선은 구도면에서 비영남 후보끼리의 대결, 진행양상에서 미디어선거의 본격 도래가 2대 특징" 이란 인식을 공유해가고 있다.

반론도 있다.

그러나 각당이 미디어선거를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인식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법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미디어선거 시대가 열리면서 각당 선거캠프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조직과 자금담당자들이다.

물론 낱낱의 표를 꿰는 데는 조직이 필요하고 돈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들 부서는 여전히 힘있는 존재다.

하지만 TV토론.여론조사 대책반의 욱일승천하는 기세에 비하면 전통적 개념의 선거 참모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각당의 인식은 한결같다.

대선을 네번째 치르는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는 1일 TV토론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한국도 미디어선거 시대가 왔다" 고 단정했다.

신한국당 고흥길 (高興吉) 대표특보는 "군중집회는 한계를 맞았다" 며 "누구나 안방에서 후보를 직접 대할 수 있는데 누가 굳이 대중집회에 나오겠느냐" 고 반문했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바꿨다' 는 응답이 15~23%에 이르는 점이 각당의 대선본부를 몸달게 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1일 김중위 (金重緯) 정책위의장.박성범 (朴成範) 의원등 방송.정책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미디어 선거시대를 중점 논의했다.

金의장은 "李대표의 차별화전략이 당 차원에서 필요하다" 고 못박았다.

차별화없이는 미디어선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李대표의 라이프스토리.경륜.비전등을 담은 화보.홍보자료를 만들어 전국의 지구당에 배포키로 한 것도 미디어의 복합성을 의식한 조치다.

후보의 모든 게 상품이 되는 시대임을 깨달은 것이다.

당내 소장파들은 "8월에만 세차례 (6~8일 관훈클럽 주최, 방송기자클럽, 8월말 KBS주최) 토론이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대응이 너무 늦다" 며 조기 착수를 촉구하고 있다.

미디어선거에 대한 순응속도는 국민회의가 가장 빠른 듯하다.

몇차례 TV토론이 계속되며 김대중총재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으며, 지방 나들이 발길도 지난 선거에 비해 뜸해졌다.

국민회의는 이미 당 체제를 기획본부와 당무본부로 2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기획본부는 특히 여론조사를 감안해 金총재가 토론이나 연설에서 간호사.영양사.30대 금융노동자등 아주 세분화된 직군 (職群) 을 겨냥해 한마디 덕담을 던지도록 조언까지 했다.

계층.지역.직능으로 유권자를 분류, 미디어를 통해 호감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3당 후보 정립구도가 형성되며 처음 치른 토론에서 두자릿수 지지율 진입에 성공한 자민련도 들뜬 분위기 속에 미디어선거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오효진 (吳效鎭) 미디어선거대책본부장등은 '젊은 JP' 만들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3당 후보의 토론 성적표 분석, 연령별 시청률 분석등 다양한 접근 방법을 모색중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그러나 미디어선거가 현실왜곡과 대세몰이 수단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 반값 분양' 같은 파격적 공약이 안방극장을 타고 확산될 수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가 부동 (浮動) 하는 유권자를 무차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선협 이윤희 (李允熙) 정책기획부장은 "언론 엘리트에 의해 주도되는 토론을 지양, 정당.선관위.시민사회단체.각계 전문가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토론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또 "다자간 토론이 이뤄진다 해도 선진국처럼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칫 감정싸움으로 흐를 수 있다" 며 "유권자및 언론의 감시와 건전한 비판이 절실하다" 고 강조했다.

최훈.이정민.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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