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서스펜션 시트’ … 승차감 뛰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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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기량 1만1946cc, 최대토크 234㎏·m, 길이 6m84㎝, 무게 8320㎏. 이 무시무시한 제원의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트랙터 ‘뉴 악트로스’다. 트랙터란 컨테이너나 탱크로리 등을 끄는 견인차. 고속도로에서나 마주칠 법한 이 차를 시승했다. 물론 직접 운전한 건 아니다. 트랙터를 운전하려면 대형면허와 특수트레일러면허가 필요하다. 뉴악트로스를 구입한 차주 임성식(47)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악트로스의 위풍당당한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커다란 벤츠 앰블럼. 안쪽에 LED조명을 설치해 밤이면 이 앰블럼이 하얀색으로 빛난다. 벤츠 승용차·상용차를 통털어 처음 적용한 디자인이다. 실용성이 최우선인 트랙터에 멋스러움도 추가했다.

안에 타면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있는 침대가 눈에 띈다. 장거리 운행 도중 쉴 수 있게 하기 위한 것. 천장이 높은 유럽식이라서 성인 남성이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다.

벤츠코리아의 송동훈 차장은 “트랙터엔 벤츠 S클래스보다 더 많은 전자장비가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계기판에 있는 정보창엔 엔진오일·냉각수가 얼마나 남았고 언제 갈아야 하는지가 뜬다. 앞뒤 등이 나가도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온다. 주차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문을 열면 경고음이 울린다. 모두 안전을 위한 장치다. 크고 작은 편의장치도 많다. 냉장고는 물론 면도용 거울과 수건걸이도 달려있다. 창문 전체를 가려 낮에도 편히 잘 수 있는 커튼도 마련돼 있다.

운전할 때 승용차와 다른 점은 12단 변속기가 오른쪽 팔걸이에 달려있다는 점. 조작이 간편하고 가운데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핸들 오른쪽엔 보조브레이크인 ‘리타더’ 레버가 달려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리타더만 당겨도 속도가 줄어든다. 기름을 이용해 구동축의 저항을 높이는 방식이라 브레이크 라이닝 마모를 줄일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운전석은 출렁거렸다. 공기주머니 위에 운전석이 있는 ‘에어 서스펜션 시트’ 효과다. 피로도는 낮추고 승차감은 높일 수 있다

트랙터에서 중요한 건 연비다. 다른 운전자들이 운전자 임씨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애벌레(애버리지) 얼마 나왔냐”는 거다. 이날 탄 차의 평균 연비는 L당 2.5~2.7㎞. 임씨는 “새 차 치고는 연비가 잘 나와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트랙터는 공인연비를 따로 표시하지 않는다. 이 차의 가격은 1억5800만원. 국산차와는 2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대형 트랙터 시장에서 지난해 수입차 점유율은 67%에 달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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