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본 이회창대표 아들 10kg 감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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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79㎝와 45㎏' 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의 포인트는 물론 고의성의 유무다.

키가 크면 체중도 많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 의학적으로 179㎝의 키에 해당하는 남성 성인의 적정체중은 63~80㎏사이다.

45㎏은 일반적 의미의 저체중보다 훨씬 심각한 체중 저하상태. 워낙 드문 키와 체중의 조합이라 전체 인구의 몇%가 여기에 해당하는지 통계자료조차 나와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정연씨가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란 특수상황을 배제할 때 '179㎝와 45㎏' 에 대해 의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상황은 체중감소를 초래하는 질병에 걸린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당뇨.결핵.우울증이나 위장관 흡수장애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고의로 체중을 빼는 경우다.

정연씨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현재 체중은 53.8㎏.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여전히 저체중 상태에 놓여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고의적 체중감량의 경우 체중 1백㎏의 소유자가 10㎏을 빼는 것보다 50㎏에서 5㎏을 빼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 이는 현재 그가 다시 일부러 체중을 과거 45㎏까지 줄이는 것을 시도하더라도 성공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체중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체중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수분을 빼내는 것. 사우나에서 강제로 땀을 빼게 되면 급속한 수분손실로 앉은 자리에서 1~2㎏은 쉽게 뺄 수 있다.

문제는 체중의 5%이상 수분을 강제로 제거하게 되면 탈수현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는 것. 가령 정연씨가 50㎏에서 사우나로 체중감량을 시도했다면 2.5㎏의 수분만 빠져도 탈수상태에 빠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군면제를 목적으로 작정을 하고 45㎏까지 살을 빼려면 사우나보다 먹지 않아야 한다.

흔히 알고 있는 체중감량 요령인 운동의 경우 근육 단백질이 늘어나고 입맛을 증가시켜 오히려 체중 증가현상을 초래한다.

여기에 음식을 먹지 않고 굶게 되면 24시간내에 간 속의 영양물질 글리코겐이 우선 소모되고 이어 근육의 단백질과 피하지방이 고갈되기 시작해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낸다.

눈에 띄는 체중감량 효과를 얻으려면 1주일 정도는 극심한 절식을 시도해야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원래 피하지방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영양결핍과 에너지 부족으로 절식을 계속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179㎝에 45㎏은 고의인가 우연인가.

당시 특별한 질병이 없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논문준비를 하느라 몸이 매우 야위었다는 사실만으론 확률적으로 희박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문제는 원래 저체중인 정연씨가 고의로 절식해 감량하는 것도 생물학적으로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론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고의성 유무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릴 수 없다.

이를 판정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는 병역검사를 받기 최소 1년전 체중과 현재의 정확한 체중. 이를 토대로 체중과 키의 관계를 분석해야만 고의적 감량 여부를 어느 정도 짐작해 낼 수 있고 동시에 소화기질환등 체중감소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질환의 유무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의로 체중을 줄였다면 생물학적으로 엄청난 고통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는 것이 불씨로 남아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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