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돈줄 뚫으려면 유연한 집행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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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2개 중앙부처와 16개 시·도 고위직이 전부 한자리에 모이기란 쉽지 않다. 13일 오후, 이들이 함께했다. 공직 사회의 ‘회초리’ 격인 감사원에서다. 주택공사와 한전 등 25개 공공기관 간부들도 나왔다. 바로 ‘재정 조기집행 책임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3시 정각. 회의를 주재한 감사원 성용락 사무총장이 회의석상에 들어왔다. 그는 이날 하루 종일 불어닥친 비바람에 빗대 인사말을 했다. “날씨가 꼭 우리나라 경제상황 같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추진하는 재정 조기집행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다같이 고민하고 노력해 보자고 회의를 소집했다”며 “최종 수혜자에게 신속히 도달될 수 있도록 병목 현상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김화동 재정정책국장이 ‘재정 조기집행 추진 현황 및 현안 사항’을 설명한 데 이어 행정안전부 정헌율 지방재정세제국장은 지자체별 재정 조기집행 실적을 밝혔다. 2월 11일 현재 강원도가 28.9%(5조1448억원 가운데 1조4885억원)로 가장 높았고, 제주가 12.9%(1조7250억원 가운데 2233억원)로 꼴찌였다.

감사원 박수원 재정조세국장은 16일 시작될 ‘재정 조기집행 실태 조사’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재정을 조기집행하면서 느끼는 일선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하는 데 점검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참석자들의 말문이 열렸다.

▶경기 안양호 행정부지사=“경기도는 경직성 경비가 75%에 이르기 때문에 조기집행 실적이 나쁘다. 집행 대상의 조정이 필요하다.”

▶부산 배영길 행정부지사=“(연구개발 과제의 경우) 성과를 약식 평가해 지급한 후 문제가 있으면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니 더욱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울산 서필언 행정부시장=“산업단지 조성 사업에서 문화재 발굴과 토지수용 심사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날 회의에서 어려움을 얘기한 7명 가운데 6명이 지자체 부단체장이었고, 지식경제부에서 1건을 문의했다. 공공기관의 참석자들은 회의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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