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가족 친화 기업’에서 저출산 해법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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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얼마 전 ‘프랑스식 해법’의 도입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파격적인 금전 지원을 해주는 게 골자다. 얼추 복지부 한 해 예산보다 많은 19조원 이상이 들 거란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효과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현실성이 의문시된다.

한국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가 1.2명에 불과해 출산율이 세계 꼴찌인 나라다. 더 심각한 건 아예 결혼과 출산을 미루려는 여성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힘든 사회 분위기가 꼽힌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육아 보조금을 앞다퉈 쏟아 부었어도 출산율이 제자리걸음을 했던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최근 행보가 눈에 띈다. 캐논 본사가 주 2회씩 조기퇴근제를 실시하기 시작했고, 경제단체인 게이단렌도 회원 기업들에 조기퇴근제의 확산을 장려하고 있다 한다. ‘회사 인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장시간 근무하는 기업문화가 저출산을 불러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자면 금전 지원 못지않게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도 법 제도는 구비돼 있다. 부모 모두 전일제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지난해 6월엔 단축근무제도 도입됐다. 그러나 법보다 더 중요한 게 일터의 열린 분위기다. 육아휴직을 하려는 직원에게 “아예 쭉 쉬세요”라고 빈정대는 분위기라면 누가 나설 수 있겠나. 지난해 육아휴직자는 2만9145명으로 전년보다 꽤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자는 355명에 불과하다. 아빠들이 육아휴직과 탄력근무제 등을 통해 양육의 짐을 똑같이 나눠 지며 출산율이 급등한 북유럽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복지부는 14개 가족 친화 기업·기관을 처음으로 인증해 기업문화의 변화를 북돋기 시작했다. 이런 ‘꿈의 직장’들이 더 늘어야 한다. 저출산이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 그 폐해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 돌아간다. 기업들도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