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찾는 왜소증 환자 62%가 정상 …롱다리 컴플렉스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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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초등학교 2학년생인 韓모 (8) 군은 평소 또래들에 비해 작은 키 (115㎝) 때문에 놀림을 당해왔다.

방학을 맞은 韓군은 25일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키가 커지는 치료를 받아 개학하면 친구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 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다소 작은 편에 속하기는 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대상이 아닌 정상" 이라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대형병원의 소아과.정형외과는 韓군처럼 작은 키를 키워보려는 어린이와 청소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몇몇 유명병원에는 평소의 3~4배에 이르는 '환자' 가 몰려든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의학적으로 왜소증 환자가 아니라는 것이 의료계의 진단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급작스럽게 번진 '롱다리 콤플렉스 증후군' 에 따른 '의사 (擬似) 왜소증' 환자라는 것이다.

27일 울산대 의대 소아과 유한욱 (柳漢旭) 교수팀에 따르면 94년부터 3년간 키가 작다며 병원을 찾은 어린이 5백79명 가운데 62.2% (3백60명) 는 정상인 것으로 판정됐다.

병적 (病的) 으로 키가 작아서 치료를 요하는 어린이는 13.8% (80명)에 불과했고 이중 성장호르몬 치료가 유효한 성장호르몬 결핍증 어린이는 28명 (4.8%) 이었다.

한양대 의대 소아과 신재훈 (申載薰) 교수는 "작은 키가 가족 내력 때문인지, 성장호르몬 부족 때문인지는 X선 검사로 쉽게 알 수 있으며 왼손뼈의 성장 정도가 나이에 비해 2년 정도 늦으면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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