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 대선주자들을 위한 덕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신한국당 7룡의 용쟁용투 (龍爭龍鬪) 는 '판관필 (判官筆) 을 휘두르는 회창객' (중앙일보에 대권무림을 쓰는 이정재기자의 표현) 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래서 매우 어지럽던 대선구도는 앞으로 누가 어떤 조화를 부릴지는 모르나 일단은 1李2金의 경쟁으로 정리됐다.

이회창의 승리를 예지 (豫知) 한 사람이 유명한 점쟁이가 아니고 중진 정치인이라는데 대해선 놀랄 필요가 없다.

정치인은 본래 탁월한 예지 능력이 있잖은가.

말을 아끼는 신중함으로 말미암아 아쉽게도 선견지명이 아니고 후견지명이 된 그의 현몽 (現夢) 은 너무나 생생하다.

"보시오, 저 파도속을 뚫고 나가는 일곱 배를. 아, 찬종호 (號)가 먼저 난파하는군요. 증거가 있다고 큰소리 치다가 제 목소리에 스스로 놀라 가라앉는군요. 병렬호를 보시오. 맨 뒷전에서 허우적 댑니다.

인제호 잘 나갑니다.

그러나 다른 배의 노를 빌리고도 그 배 역시 역부족. 끝내 여섯척은 침몰하고 회창호만 파도를 이겼습니다.

저 찬란히 빛나는 회창호의 용기 (龍旗) 를 보십시오. " 그의 예지력이 탁월하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신한국당의 대선주자 점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얼마전 장안의 내로라하는 점쟁이 17명이 모여 누가 될 것인가를 점쳤는데 3명이 이홍구 (李洪九) 를 꼽았단다.

그 중진 정치인의 덕몽 (德夢) 을 아첨이라고 해석하는 냉정한 사람도 많지만 진짜 덕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 진짜 덕담을 얘기할 차례. 우선 다음과 같은 자격이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 또는 검증과정에서 불합격할 것 같은 사람은 스스로 물러날 것. "귀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인가.필요한 사람은 정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 고려대 채서일교수.

"지금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는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된 다음 지식을 습득한다면 이미 너무 늦는다.

역사는 그렇게 한가롭게 대통령의 교육을 위해 기다리지 않는다." - 김경원 사회과학원장.

"우리는 이런 조건을 갖춘 대통령을 원합니다.

첫째 경제정책 수행력, 둘째 강력한 지도력, 셋째 도덕성. 그럼 정치적 경륜은 몇번째냐구요? 9개조건 가운데 아홉번째군요." - 한경비즈니스 기업 임직원 설문조사.

"통일시대의 대통령감은…소외받은 사람, 소외받은 계층, 소외받은 지역에 대해서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진정 나의 것으로 느끼는 사람. 그런 느낌이 없는 사람은 대통령감이 못됩니다." - 최정호 연세대교수. " (아직도) 걸핏하면 머리를 쳐드는 반민주적 기득권 세력이 수많이 잠복해 있다.

군부통치 시절의 행적이나 부패의혹 연루 여부가 우선적인 검증요소다." - 중앙일보 김영배칼럼. 자신 없으면 물러 가라는 말부터 앞세우는 것이 무슨 덕담이냐고? 공연히 돈 쓰고 몸버릴 필요없다는 점을 충고해주니 덕담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럼 다음의 고사 (故事)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만이 나서라고 말하는 것은 어떨까. "자로 (子老)가 정치에 대하여 묻자 선지 (先之) - 솔선수범 하고, 노지 (勞之) - 애쓰고, 무권 (無倦) - 게을리 하지 않는것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동의하십니까. " "오늘날 정치하는 사람은 학식이 있거나 성품이 바른 사람이 아니다.

불학무식한 깡패에게나 알맞은 직업이 정치라고 고대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말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 마지막 질문에의 동의 여부가 지대한 관심사일텐데, 그 답변은 나중 듣기로 한다.

대답할 기회를 주는 것만도 일종의 큰 덕담일테니까. [김성호 수석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