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열린 국회 … 與野 국정 잊은채 대선후보 헐뜯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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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는 거칠었다.

23일 국회 정치분야 대 (對) 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상대방 대통령후보들을 사정없이 공격했다.

의석의 의원들은 삿대질과 고함.욕설을 교환하느라 바빴다.

모처럼 정상 가동된 국회였지만 대정부질문다운 질문은 적었다.

질문을 가장한 비방.매도.인신공격 앞에 고건 (高建) 총리와 각료들은 난처한 표정만 지었다.

김영환 (金榮煥.국민회의) 의원은 "국민들은 신한국당 이회창대표의 두 아들이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李대표의 사조직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새미준)' 이 노골적인 세력확장에 나서고 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李대표의 '법대로' 는 5, 6공 세력에 포위되고 말것이며, 정치공작에 익숙한 5, 6공 세력의 섭정만이 횡행할 것" 이라는등의 주장으로 李대표를 공격하는 데만 전념하다시피 했다.

이태섭 (李台燮.자민련) 의원은 "천문학적인 금품살포, 흑색선전과 괴문서, 지역감정 조작, 후보 사퇴공작, 억지 줄세우기, 군중동원, 인신공격등 부정선거의 못된 방법과 수단이 총동원된 탈법과 위법의 극치가 바로 신한국당 경선" 이라고 주장, "신한국당 대선후보는 자격이 없다" 고 매도했다.

안택수 (安澤秀.자민련) 의원도 "이전투구식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의 혼탁.추태는 국민을 완전 실망시켰다" 고 깎아내렸다.

신한국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李대표 측근인 홍준표 (洪準杓) 의원이 총대를 멨다.

그는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가 92년 대선때 쓴 자금은 법정선거비용의 5배가 넘는 1천억원 이상은 될 것" 이라며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조사를 하려면 그때의 여야 관련자 모두를 조사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洪의원은 "金총재는 노태우 (盧泰愚) 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을 받았다고 고백했는데 이는 특가법상 뇌물수수죄에 해당하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범중 중범" 이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에 대해서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때 金총재의 가.차명계좌에 89억원이 들어있는걸 발견했으나 수사하지 않았다는 설이 있다" 며 역시 조사를 요구했다.

이완구 (李完九.신한국당) 의원은 야당의원들의 신한국당 경선비판에 맞서 "우리당 경선은 국민속에 뿌리를 둔 실천적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구축과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위한 계기가 됐다" 고 자랑했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정치는 쇄신돼야 한다" 고 외쳤다.

그러나 상대방 헐뜯기에 주력한 만큼 상투적인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高총리는 신한국당 李대표 아들의 병역시비에 대해 "특정정당 대통령 후보의 사적인 일에 견해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 고 답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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