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여성부 장관 '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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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위원장 김용익)와 여성부가 정부의 보육정책 청사진을 발표하던 지난 11일. 취재기자들은 지은희 여성부 장관과 김 위원장의 엇갈린 답변 때문에 한동안 우왕좌왕했다. 정부의 보육 재정 중 일부를 아동에게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놓고서였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아동별 지원을 한다"고 답변했다. 보도 자료도 '단계적 확대'를 명시하고 있었다. 이어진 지 장관의 부연 설명은 사뭇 달랐다. "소득별로 보육료를 달리하는 차등 보육료와 아동별 지원은 같은 것이며 이런 점에서 아동별 지원은 지금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 장관의 말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아동별 지원'은 현재의 차등 보육료를 통한 지원과는 다른 것이다. 정부는 올 보육 예산(4038억원)의 절반이 넘는 2187억원을 국공립.법인 시설 등의 교사 인건비로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공립이 민간시설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민간시설의 경우 이용률이 83%에 머물고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은 모자라도 보육시설은 비어 있다는 얘기다.

'아동별 지원'은 현재 국공립 시설 등에 집중되는 파이를 쪼개 아동에게 나눠줌으로써 간접적으로 민간시설도 지원하며 이를 통해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한 보육 전문가는 "기존 시스템의 벽을 허무는 정책이며 보육시장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인지 재정 지원을 받던 법인 보육시설 등은 11일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보육시설의 열악한 형편을 생각하면 공감이 가기도 한다.

문제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식'의 여성부 대응이다. 정책이 현실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경우에 따라선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호도해 급한 불을 꺼보겠다는 발상은 정말 곤란하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하지 않는가.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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