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재래시장에 예술이 꽃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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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광주시 동구 대인시장 한 가운데 자리한 ‘함평 닭 집’. 대형 냉장고 한쪽 면에 이 집 안주인 곽근례(69)씨의 얼굴 그림이 옛 영화의 포스터처럼 붙어 있다.

대인시장이 2008 광주비엔날레의 주요 전시장으로 활용되면서 곽씨의 점포는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광주 대인시장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 한 장면. 30년 넘게 점포를 지켜온 여 주인의 얼굴을 영화포스터처럼 그려 냉장고에 붙였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곽씨는 “신문에 난 얼굴 그림을 보고 30여년 전 단골이 다시 찾아왔다”며 “손님이 몰리면서 다 쓰러져가는 가게에 활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가 끝난 후에도 윤남웅·신호윤 같은 젊은 작가 10여명은 대인시장에 머무르면서 창작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광주시가 재래시장에서 이같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시는 올해 시장 안에서 예술의 창작·전시·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대인시장 예술인 공방거리’ 조성사업을 펼친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전시행사에 이은, 예술을 통한 재래시장 활성화 시도다.

국비 6억원과 시비 6억원 등 사업비 12억원을 들여 ▶대인시장 입주 작가 창작 지원 ▶대학생 디자인 콘테스트 ▶아트마켓 개설 ▶작은 공연무대 설치 ▶브랜드 상품 개발 등을 한다.

빈 점포 40여곳을 임대한 뒤 국내·외 젊은 예술가들을 초청해 입주시켜 창작과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문화공간으로 꾸민다.

이달 말 공고를 통해 입주할 예술가들을 모집한다. 이 중 10명은 10개월 동안, 30명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3~4개월씩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들 작가에겐 작품 제작 지원비 100만~200만원 이외에 월 100만원씩 창작 지원비를 지급한다.

전국 대학생 디자인콘테스트를 실시하고 입상 작품은 기존 건축물의 벽과 빈 공간에 전시해 문화적 활력이 넘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다음달 중순부터 ‘토요 예술시장’을 열어 시장에서 나온 창작품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대인시장만의 예술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기념품 코너를 만든다.

아마추어와 전문예술가를 위한 공연장을 만들어 정기공연도 이뤄지도록 지원한다. 대인시장 고유의 브랜드· 로고와 캐릭터 상품 등을 개발해 ‘문화장터’로 가꿔간다는 계획이다. 대인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카페를 열어 일반인과 상인,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학술세미나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시는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의 대인시장 프로젝트를 맡은 큐레이터 박성현(46)씨를 ‘대인 예술시장 가꾸기’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이호준 광주시 문화체육정책실장은 “재래시장에서 예술작품과 시장상품이 동시에 판매되는 국내 최초의 예술을 통한 상업공간으로 조성된다”며 “예술가와 상인, 주민이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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