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제때 못 받는 은행 대출 19조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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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가 나빠지면서 연체대출이 점차 늘고 있다. 금융회사들로선 제때 이자를 받지 못하는 대출이 늘어났으므로 돈이 묶이고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 새로 대출을 해줄 여유도 그만큼 줄어든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연체대출(원화대출 기준)은 총 대출의 1.5%였다. 금액으로는 약 18조8000억원이다. 연체율은 전년 동월보다 0.58%포인트 상승했다. 2006년 2월(1.5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말보다는 0.42%포인트 올랐다. 연체대출은 원금은 하루, 이자는 한 달 이상 밀려 있는 대출을 가리킨다.

금융감독원 건전경영팀 전혜영 조사역은 “연말에는 은행들이 연체율을 관리하는 경향이 있어 1월이 되면 다소 높아지는 추세지만 이번엔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진 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나 가계보다는 중소기업이 경기침체의 영향에 더 취약했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1월 1.28%에서 지난달 말 2.36%로 뛰었다. 1년 사이 거의 두 배가 됐다. 이는 2005년 8월(2.44%) 이후 가장 높다. 대기업 대출의 연체율도 지난해 1월 0.34%에서 0.59%로 올랐고, 가계대출 연체율은 0.67%에서 0.82%로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보다는 낮지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 채권 규모도 증가했다. 부실 채권은 원화와 외화대출, 지급보증을 합한 전체 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 중인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말 은행의 총 대출액 1288조원 중 부실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11%였다. 1년 전보다는 0.39%포인트 증가했다. 부실 채권의 전체 규모는 14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조6000억원 늘어났다. 은행들이 지난달 1차로 건설·조선사의 부실위험 평가를 하면서 1조5000억원의 부실 여신이 추가돼 지난해 연말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해 은행들은 담보로 잡은 자산을 처분하고 연체 이자를 받아내는 방법으로 14조원의 부실 채권을 정리했는데도 전체 부실 금액은 늘어났다.

올해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기업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은행들의 부실 채권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분석 자료를 통해 은행의 대출자산 중 42조원 정도가 추가 부실로 잡힐 것으로 추정했다. IBK투자증권의 이혁재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올해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부실액을 추정했다”며 “부동산 담보 대출의 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와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80조원 정도를 대출하고 있는 보험회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9월 3.61%에서 지난해 12월 말 3.76%로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금융회사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출 종류와 업종별 동향을 점검하기로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정중호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에서 푼 돈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려면 구조조정을 통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은행의 부실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부실자산을 매각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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