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나물·고추장 따로 놀면 망해 한나라당 비빔밥 정치 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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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재섭(얼굴·61) 전 한나라당 대표의 휴대전화에선 경쾌한 스윙재즈곡이 컬러링으로 흘러 나왔다. 글렌밀러의 ‘인 더 무드(In the mood)’ 였다. “요새 경제 걱정으로 모두들 분위기가 침울하다고 해 좀 기운을 내라는 의미로 집사람이 골라줬다.”

강 전 대표가 10일 여의도를 찾았다. 대표직을 그만둔 뒤 지난해 7월 설립한 연구재단 ‘동행’의 창립기념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재단 상임이사인 이종구 의원을 비롯해 강 전 대표와 가까운 권영세·나경원·이명규·김성조·정진섭·박보환 의원 등 5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강 대표 시절 권 의원은 사무총장을, 이종구 의원은 사무부총장을, 나 의원은 대변인을 맡았었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박희태 대표, 이상득 의원 등도 참석해 축하했다.

지난해 18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잡음이 일자 불출마를 선언한 강 전 대표의 야인 생활은 벌써 11개월째다. 성미 급한 주변 사람들은 4월 재·보선 출마까지 들먹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서부영화의 주인공처럼 (정치 일선에서)사라진다고 해놓고 금세 다시 기웃거리긴 싫다”고 잘랐다. “13대 국회에 들어와 5선 의원을 한 마당에 선수(選數) 하나 더 보태는 데 미련이 없다”며 “내가 정계를 은퇴한 건 아니지 않으냐. 다만 보직이 없을 뿐”이라고 했다.

프로기사의 대국이라도 옆에서 보는 아마추어들은 훈수를 할 수 있다. 내 수와 내 계산에만 매몰되지 않고 판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전 대표가 밖에서 보는 정치가 궁금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짜증난다. 양보하자거나 화합하자는 사람은 없고 전부 좁은 안목에서 움직인다.”

특히 친이와 친박으로 갈린 당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한나라당은 비빔밥 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었다”며 “밥·나물·고추장이 따로 놀면 다 망한다. 지금이야말로 비빔밥처럼 동행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밀어줄까 말까다.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전부 딴 데로 간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정권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 허리끈을 졸라매고 다시 단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일선 정치 복귀는 언제쯤일까. 여권 내에서 한때 거론되던 총리설에 대해 묻자 그는 “들어본 일 없다”고만 했다. 그런 뒤 “당분간 세상 물정 공부하러 돌아다니는 게 좋다. 권력 금단 현상이 생긴 사람 같은 행보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각은 좀 다르다. 한 측근은 “당이 어려워질수록 강 전 대표의 빈 자리가 더 커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재·보선엔 출마하지 않지만 강 전 대표의 여의도행은 좀 더 잦아질 듯하다. 20일엔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맡아 팀워크를 맞춘 안상수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다. 주변에선 “차기 대선이라는 먼 꿈을 위한 그의 행보”라고도 해석한다. 

박승희·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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