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내외 모든 정보 통합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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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13분.

원세훈 후보자가 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10일 국회 정보위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58)에 대해 연 인사청문회에 소요된 시간이다.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0시13분에 끝났다. 질의-보충질의-추가질의에 이어 재·재·재·추가질의까지 나왔다. 저녁 식사도 건너뛰었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이런 청문회는 처음 본다”며 고개를 내둘렀다. 막판 두 시간여는 재탕삼탕 질의가 이어졌다.

민주당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은 “1999년 포천 땅을 부인 명의로 매입했다고 국토정보시스템에 나오는데 등기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다. 원 후보자는 “집사람과 관련이 없다”며 “그럴 만한 (가족)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따로 설명드리겠다”고 해명했다. 이후엔 “남이 아니어서 설명드리기 곤란하다. 서면으로 제출하겠다” “(원소유자가) 특별한 관계여서 우리가 안 산 걸 잘 안다”고 말했다. 포천 땅을 두고 자신의 친인척들이 송사를 벌인 탓인지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급기야 최병국 정보위원장이 원 후보자에게 “왜 그리 어렵게 설명하느냐. 뭔가 의혹이 있는 듯하다”고 질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 위원장은 질의를 계속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밤새도록 맞다, 안 맞다 얘기만 할 거냐”고 비판했다. 정작 헤어질 땐 웃으며 악수했다. 민주당 박지원(전남 목포)의원은 원 후보자에게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원 후보자는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정보라는 것이 국내와 국외로 나눌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글로벌한 세상이기 때문에 모든 정보가 통합돼야 실제 살아 있는 정보가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취임하면 정보기관을 실무적으로 엮어 여러 가지 정책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홍준표(서울 동대문을) 의원이 “국정원이 대북 감시기관에서 과거 10년간 대북 협력기관, 심지어 대북 홍보기관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자 그는 “그런 면을 감안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을 발탁한 배경을 두고도 “국정원을 한번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해서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수차례 “정치개입은 없을 것”이란 다짐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체제 전복 세력에겐 정치가 침투 대상이 되는 만큼 정치 정보를 (수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발언은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 원혜영(부천 오정) 의원은 “국정원장이 되면 정치개입을 하겠다는 말이냐”고 따졌다.

◆자질 검증=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원세훈 후보자의 주된 경력은 서울시 공무원이다. 정보와는 거리가 있는 이력이다. 민주당은 “정보 문외한”이라고 지적했다. 원혜영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측근이어서 임명했다는 평가”라며 “대통령이나 측근의 정보기관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원 후보자는 “대통령이 그런 주문을 할 리 없고 나도 그런 일 안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답했다.

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론과 관련, 당시 숨진 고(故)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씨가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세입자·가옥주 법이 규정돼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 일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강경진압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경찰에 힘을 실어줘 치안질서(를 확립하는 데)에 용기를 갖게 해주면 감사하겠다”는 말도 했다. 김석기 경찰청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 선언에 대해 “용산 사건을 처리하고 사의를 표했으면 좋았겠다”고 했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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