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 時테크 전략? 규칙적으로 공부하면서 한해 스케줄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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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환군.

길지 않은 봄방학-. 하루 이틀 느슨한 생활을 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지난다. 그러나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신학기 성적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특히 수험생들에게 봄방학은 입시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올해 특목고·명문대 입시 관문을 통과한 두 선배의 ‘봄방학 학습전략’을 소개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봄방학은 겨울방학에 못다한 공부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학습 내용에 살을 붙여나가는 기초공사 마무리 단계”라고 정의했다.

대원외고 합격생 황정환군 “영어·수학에 집중 투자했다”

황정환(16·과천 문원중3)군은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중학교에 올라가 처음 치르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끝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첫 ‘기싸움’에서 이겨야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황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오전 6시30분 기상’을 원칙으로 삼았다. 초등학교에 비해 학습량이 많아지고, 내용도 어려워져 보다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중학교 입학 전 봄방학 동안 그는 영어·수학 선행학습을 위주로 했다. 하루 200개 안팎으로, 봄방학 때만 2000개의 영어단어를 암기했다. “단어만 많이 알면 중학교 내신영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수학은 겨울방학 때 공부했던 중1 참고서와 문제집, 초등학교 때부터 했던 수학 학습지를 활용했다. 봄방학을 이용해 틀린 문제만을 골라 풀면서 자신의 취약 부분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해당 단원에 대한 기본개념 정리부터 다시 했다.

황군은 “‘인수분해’와 ‘방정식’ 부분은 2~3학년에 가서도 응용되기 때문에 이때 확실히 정리해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중1 봄방학 때도 ‘영어·수학 위주’의 학습을 이어갔다. 사회와 과학 과목은 내신에 대비해 다음 학년에 배울 교과서 내용을 두 번 정도 정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는 “사회·과학 교과는 봄방학을 이용해 신학기에 배울 내용이 어떤 것들인지 전체 줄거리만 잡아놔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외고 준비를 시작한 건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영어 듣기와 국어교과서에 나온 문학작품 정리, 사회·국사 공부에 집중했다. 봄방학 때도 같은 방법을 유지했다. 하루 2세트씩 영어 듣기 문제를 풀었다. 이때부터는 영어 독해 문제를 풀면서 모르는 단어만 골라 단어장에 정리하는 식으로 단어 공부를 병행했다. 외고 구술면접에 대비해 사회·국사 교과서도 다섯 차례 이상 읽었다. 화장실에도 교과서를 두고 읽을 정도였다고.

황군은 “외고 준비생이라면 교과서에 나온 문학작품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면접에서 문학작품에 대한 지식을 직접 물어볼 수 있기 때문. 작품 분석은 물론 해당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으면서 작가의 특징까지 파악했다. 그는 “외고 준비생들에게 중2 봄방학은 국어·사회·국사 교과서 내용과 연관된 배경 지식을 정리하는 절호의 기회”라며 “시험 출제 과목은 하루도 거르지 말고 학습하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합격생 문재웅군 “코앞에 닥친 모의고사를 목표로 했다”

문재웅군.

올해 정시모집으로 서울대 인문학부Ⅱ에 합격한 문재웅(18·성남외고3)군. 겨울방학과 봄방학을 활용해 성적을 올린 주인공이다. 외고 합격 후 여유로운 방학을 보낸 문군의 1학년 성적은 반에서 10~15등 안팎이었다. “그때까지 방학이 그렇게 중요한 시기란 걸 몰랐어요. 중학생 때 ‘잘한다’ 소리만 듣다 고등학교에 가서 중위권 성적표를 받으니 움찔하더군요. 학기 중에 열심히 해도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는 고1 겨울방학부터 다시 정신을 차렸다. 국어·영어·수학 개념정리에 집중했다. 이어서 찾아온 봄방학. “봄방학 때는 기본개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요.” 봄방학을 이용해 국·영·수 문제풀이를 주로 하면서 틀린 이유를 상세히 분석했다. ‘언어영역을 감에만 의존해 풀었던 게 점수가 오르지 않았던 이유’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봄방학은 짧은 데다 겨울방학에 비해 집중도 안 되는 게 사실이죠.” 날씨가 풀리면서 졸음이 쏟아지고 능률도 오르지 않게 마련. 코앞에 닥친 3월 모의고사 ‘450점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단기간 내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사회탐구 과목에 시간을 투자했다. 1학년에서 배운 일반사회·국사 교과서를 5일에 한 차례씩 독파했다. 2학년 때 배우는 경제·윤리 과목은 인강으로 예습했다. 문군에게 고1 봄방학은 고교생활에서 가장 많은 학습을 한 시기였다.

노력은 결과로 돌아왔다. 고1 당시 420점 수준이었던 모의고사 점수가 고2 첫 모의고사에서 460점으로 올랐다. 이어 9월 모의고사에서는 480점까지 치솟았다. 그는 “봄방학 때 언어 문제풀이 방식을 바꾸고, 사회탐구 학습에 치중한 게 비결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고2 봄방학 때는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험생이란 부담감 때문에 학습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군의 지적처럼 부담감은 오히려 학습을 방해한다. 공부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되, 장기 레이스를 위해 운동과 독서로 심적 안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공부가 안 될 때마다 논술 관련 필독서를 읽었다고 한다. 집중이 잘 되는 오전 시간에는 수학과 언어 비문학 부문을 공부했다. 지칠 때는 사회탐구 문제풀이를 하면서 신학기 때까지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문군은 “수험생들에게 봄방학은 약도 되고 독도 되는 때”라며 “학습량을 급히 늘리기보다는 규칙적으로 학습을 하면서 한 해 학습 스케줄을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최석호 기자, 사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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