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를열며>국산품을 씁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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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가 시무하고 있는 활빈교회의 교인 한분이 어느 날 외제차 (外製車) 를 타고 교회에 왔기에 말했다.

"교회를 바꾸든지 아니면 차를 바꾸시오. 나는 우리교회 교인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만큼 마음이 넓지 못합니다.

" 그는 무안해 하며 말했다.

"목사님 민주주의사회에서 너무합니다.

어느나라 어느 제품을 쓰든 자기가 알아서 할 일 아닙니까" 라고 하기에 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도록 애쓰느라 심호흡을 하며 일러주었다.

"무얼 잘못 알고 있군요. 민주주의일수록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 기업들이 어려운 때에 우리가 우리 상품을 사용해 기업인들과 노동자들을 도와야 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크리스천들이 아닙니까. 물론 신앙의 세계에 국경은 없습니다.

그러나 크리스천들에게는 국경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겨레와 사회를 섬김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자동차에서부터 일용품에 이르기까지 국산품을 쓰도록 힘씁시다.

" 고당 (古堂) 조만식 (曺晩植) 선생은 평생토록 한복을 입고 조선사람이 만든 물건만을 사용했다.

누군가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고 말했을 때 선생께서 답하기를 "형제님, 그렇지 않수다.

우리 조선이 일본의 종이 된 것은 경제가 바로 서지 못한 탓이외다.

이제라도 민족경제가 일어나야 종살이를 벗어날 수 있소.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만든 물건을 쓰고, 우리정신.우리문화를 지켜 나가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있겠소" 라고 했다.

인도의 간디도 이런 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인도민중이 입는 옷을 입고 손수 물레를 돌리며 자립경제운동을 펼쳤었다.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는 힘찬 기세로 뻗어 왔었다.

국민들이 땀 흘려 일하고, 경영인들이 밤잠을 줄이고 애쓴 덕분이다.

거기에다 공무원들이 바른 국가관을 지니고 잘 이끌어 준 탓이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절대로 우리는 굶주리던 과거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김진홍<목사.두레마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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