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동성동본 금혼 폐지 - 반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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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존 F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의 본명 (本名) 이다.

이는 재클린이 케네디대통령 사후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해 붙여진 법적 이름이다.

그녀가 만약 다시 닉슨이라는 사람과 재혼했다면, 본명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닉슨이 되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서양은 여자가 결혼하면 자기의 성 (姓) 을 버리고 남편 성을 따라야 한다.

그래도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가 위헌이니 남녀차별법이니 하는 시비가 드물다.

서양이야말로 남성위주의 가족제도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여성조차 자기가 지닌 성을 죽어서도 지킨다.

과연 어느 제도가 합리적이며 평등한 제도일까. 지난 16일 헌법재판소가 동성동본금혼제는 헌법상 '불합치'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주로 남녀평등권과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단순논리적 성격이 짙다.

한마디로 동법이 낡은 봉건적 가부장제의 잔재이며, 사랑과 혼인의 자유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법의 정신은 무엇인가.

대다수 국민의 정의와 질서유지의 기준이다.

서양은 계약법에 그 정신을 두고 동양은 자연법을 그 본질로 삼는다.

전자가 이해관계에 기준한다면 후자는 도덕에 기반한다.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말은 모두 권리 (權利) 라는 이익추구를 전제한다.

그러나 도덕성은 '마땅한 인간의 도리' 를 지향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가 동성동본금혼제를 가부장제에 따른 남녀평등권이나 행복추구권의 위배로 간주함은 졸속이라 판단된다.

서양법상 여자의 성을 빼앗고 남편의 성을 따르게 하며, 재혼해도 전남편의 성이 본명에 물귀신처럼 따라다니게 한 것은 여자에 대한 소유주인 남성을 표시한 관습인 것이다.

또한 행복추구권에 입각해 사랑과 혼인의 자유를 주장함도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행 1부1처제도 위헌성이 있다.

한 남자가 여러 여자를 '사랑한다면' 행복추구권에 입각해 그들의 혼인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동성동본끼리 만난 사람은 엄밀히 말해 통성명의 인사도 차리지 않고 관계를 맺은 경우로 볼 수 있다.

잘못된 관계를 합법이라고 최종 심판을 내렸으니, 중대한 역사적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들의 자녀가 동성동본자와 결혼하겠다면 환영할 것인가.

법은 정의다.

때문에 동성동본 결혼이 정의라고 판정해서는 안된다.

낙태인구가 많다고 해서 낙태방지법이 위헌이 되며, 뇌물수수자가 많으면 뇌물수수도 합법화해야 합헌인가.

통계 숫자상 동성동본 혼인자가 5만쌍이라 할 때, 이는 우리나라 1천만 가정의 0.5%에 불과하다.

0.5%의 숫자로 법률과 정의가 바뀌어야 하는가.

잘못은 잘못으로 인정해야 하고, 은혜를 베푸는 것은 별개 사안이다.

통념의 위배를 불쌍하다 하여 그것이 정의가 될 수는 없다.

기준없는 사회는 무질서하다.

동서를 막론하고 가족제도에는 남성이 기준이어서 동양은 아버지 성을, 서양은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서양은 '가남장제 (家男長制)' 라 해야 타당할 것이다.

서양법만 합법이고 서양문화만 좋은 제도라는 의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가남장제가 오히려 남녀불평등 악법인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호주제나 동성동본금혼법이 없다해서 이를 폐기하려 한다면, 우리도 차라리 모든 여성이 결혼시 남편의 성을 따르도록 입법하는 것이 어떠한가.

최병철<유도회총본부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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