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사진예술 16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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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해 발행된 문예연감을 보면 95년 국내에서 열린 사진전시는 모두 2백36건. 문화생산과 소비의 스피드가 하루가 멀다하고 빨라지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도 줄잡아 3백회 정도의 사진전이 열리지 않았을까 쉽게 짐작케하는 수자다.

적지 않은 활동량이지만 사진을 바라보는 국내의 현실은 어떤가.

사진은 음악.미술.연극과 같은 메이저 장르에 비해 일반적으로 인식이 낮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내 사진예술 활동의 많은 부분이 사진 공모전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동해 일출이나 설경, 그리고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 등. 이런 사진들은 공모전 사진의 전형처럼 굳어져있다.

많은 정보 아래 세련을 더해가고 있는 문화소비자들에게 이런 사진은 소박한 감정이나 천진한 낭만에 사로잡힌듯 비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진은 예술장르로 편입된 이래 모든 예술이 고민한 것과 꼭같은 고민을 해왔다.

인간의 삶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어느 때에는 사회에 대해 발언하기도 하고 또 어느 때에는 인간 내면 깊숙이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자연에 대한 경의나 소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는 물론 있었다.

호암갤러리 (02 - 771 - 2381)에서 9월7일까지 열리고 있는 '사진예술 160년' 은 사진 역사의 전모를 보여주는 전시다.

윌리엄 헨리 폭스탈보트.알프레드 스티글리츠.에드워드 웨스턴.안셀 아담스.워커 에반스.도로시아 랭.만 레이.브랏사이.다이안 아버스.로버트 프랭크.리 프리덜랜드등. 1백60년이 넘는 사진사 위에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여럿이 어울려 등장하면서 그것을 풍부하고 화려하게 만든 작가들이다.

이들이 징검다리 돌처럼 엮어내는 사진사는 사진이 그 어느 때이건 시대의 고민과 감성을 반영하고 예감까지 다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1920년대 연꽃을 찍은 폴 스트랜드의 정물사진과 1980년대 후반 로버트 매플소프의 양란 사진 사이에는 시대 간격만큼 대상을 바라보는 두사람의 시선이 차이가 있다.

스트랜드의 카메라가 과학적 호기심에 가득찬 자연을 담았다면 매플소프의 사진은 흑과 백, 선과 구성이란 미적 요소가 테마다.

이같은 시선의 차이 뒤에는 시대적.미학적 감성의 다른 차이가 놓여있다.

1백7명의 작품 1백20점으로 사진사의 구석까지 훑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설경이나 한복미인 사진 이외에도 넓고 재미있는 사진의 세계가 있음을 알아차리기에는 결코 적은 수자는 아닐 것이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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