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차입금리 오를 조짐 …기아파문 국제금융시장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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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아 파문이 국제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일본.영국등 주요 국가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종금등 금융기관들이 현지 금융당국과 거래 금융기관들로부터 폭주하는 문의전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지 자금조달 금리도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16일 발생한 휴전선에서의 남북 포격전도 한국에 대한 '컨트리 리스크' 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뉴욕 금융시장의 경우 기아 관련기사가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미 연방준비위 (FRB)가 당장 각 한국계 은행 지점에 기아에 대한 총여신 규모를 조회해오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C은행 뉴욕지점의 한 간부는 "현지 은행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면서 "한보사태의 충격에 이어 또 이런 사태가 발생했으니 한국계 은행들은 자금조달이 더욱 힘들게 됐다" 고 걱정했다.

한국계 은행들은 현재 자금조달시 1개월이나 3개월짜리는 거의 빌릴 수 없고, 하루짜리 단기자금도 기준금리인 리보 (런던은행간 금리)에 0.5%포인트의 프리미엄을 덧붙여주고 조달하는 상황이다.

반년전만 해도 6개월짜리 자금의 프리미엄이 0. 25~0.3%포인트 정도였다.

특히 기아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경우 0.8%포인트의 프리미엄으로도 자금조달이 안돼 때로는 1%포인트를 넘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은행은 이에따라 현재 자산 운용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일본에서도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신용이 급격히 떨어져 도쿄 (東京)에 진출한 각 은행지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박융언 (朴隆彦) 도쿄지점장은 "앞으로 일본 금융기관의 신용도 재사정에 의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일은행 도쿄지점은 "기간물에는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 밝혔다.

이 지점 관계자는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반기에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일반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이 없지만 앞으로 일본 금융기관의 신용도 재사정에 의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한일은행 도쿄지점은 "초단기물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으나 기간물에는 벌써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 밝혔다.

이 지점 관계자는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반기에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일반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 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뉴욕 금융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LG칼텍스의 경우 신용평가시 상당히 양호한 등급 (무디스사 A3, 스탠더드&푸어사 BBB+) 을 받았으나 발행금리는 리보에 0.8~0.85%포인트를 덧붙인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제신용도 유지 차원에서 2조원 안팎의 여신이 묶이게 된 제일은행에 연리 3%짜리 한은 특별융자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류시열 (柳時烈) 제일은행장은 16일 오후 이경식 (李經植) 한은총재를 방문, 제일은행의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한은특융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 김동균.

도쿄 = 김국진 특파원.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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