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시대에 '태엽 라디오'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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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하이테크 가전제품이 속속 등장하는 시대에 전기도 쓸 필요 없이 태엽을 감아 듣는 '로 (low) 테크 라디오' 가 당당히 '최첨단 신상품' 으로 등장했다.

제조사는 또 소비자 반응이 좋다며 '태엽 전등' 은 물론 '태엽 PC' 까지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프리플레이로 명명된 이 라디오는 남아공의 베이젠파워라는 벤처기업과 미국의 거대기업 제너럴 일렉트릭 (GE) 이 함께 투자한 합작품. 약 30초 동안 60번 정도 태엽을 감아 주면 40분 남짓 초단파방송까지 들을 수 있다.

도시락통만한 크기에 미국시장 소매가격은 대당 80~1백10달러선. 지난 1년여 17만5천여대가 팔렸지만 제조사는 반응이 좋아 앞으로 연간 최소한 50만대는 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91년 영국의 발명가 트레보 베일리스는 아프리카에는 전기도 건전지도 없어 에이즈 예방법을 널리 알릴 수 없다는 BBC의 특집방송을 보고 빅토리아시대의 유성기를 모델로 자동차 안전벨트를 되감는 장치를 응용해 1.5V짜리 건전지 2개를 쓸 때와 똑같은 전력을 내는 태엽 발전기를 고안해 냈다.

그는 곧바로 벤처기업을 차려 95년에 처음 제품을 생산해 대당 약 40달러로 아프리카구호단체등에 납품했다.

그후 GE가 1천2백만달러를 투자하자 (지분율 16.6%) 이를 기반으로 미국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정원에서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어린 아이들이 목욕하면서 들어도 감전위험이 없는 라디오' 라고 호평했고 소비자들의 평가도 좋아 판매전망은 밝은 편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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