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금품살포설 증거 제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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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 대선경선에 나선 박찬종후보가 주장한 '이회창후보 최소 1억원 살포' 설 (說) 은 당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폭로의 주체나 공격의 대상이 모두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민지지율이 최고선 (線) 을 달리던 정치지도자다.

지난해 4.11총선전 신한국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두사람은 입당해 선거지휘부를 맡았다.

당이 서울에서 압승하고 전국적으로 회생 (回生) 하자 당내외는 양인에게 상당한 공을 돌렸다.

두 사람은 이렇듯 당과 국민의 스타였다.

그런데 지금 한 사람이 추문 (醜聞) 설의 칼로 다른 사람의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진실에 따라 한쪽은 몰락할 수 있다.

박찬종사건은 그래서 국민적 의혹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파문은 여러 건 있었다.

이수성 (李壽成) 후보를 겨냥한 괴문서가 돌았고, 민주계 어떤 인사가 어느 후보에게 거액을 요구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朴후보의 주장은 위의 두 항목보다 경선에 심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

금품의 요구가 아니라 금품의 왕래라는 것이고 문서.녹음이라는 증거가 있다고도 하며 후보와 현직위원장 2명이 연루됐다는 폭발적인 주장이기 때문이다.

'박찬종 폭로사건' 은 이처럼 시대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데도 당은 해결책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지도부가 "증거를 가지고 15일 오전9시까지 나와달라" 고 요청했지만 朴후보는 이를 비웃고 있다.

당의 위신은 시궁창으로 곤두박질하고 있다.

당의 체면이 이렇게 구겨진 데는 괴문서사건등 공식으로 제기됐던 사건에 대한 당지도부와 당선관위의 미온적 대처에 책임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지도부는 괴문서사건 때나 '20억원 요구설' 이 나돌 때 무력하게 뒷짐을 지고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당선관위가 이들 의혹을 다부지게 조사해 공정하게 처리했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朴후보가 당을 못믿겠다며 증거제출을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朴후보는 당지도부의 요구에 응해 사건의 흑백을 가리는데 협조하는 것이 옳다.

그래도 당지도부가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엔 검찰에 고발, 진실을 규명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김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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