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백남준과 강익중, 비빔밥처럼 어우러지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0호 18면

“그림이 예뻐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삼라만상’을 본 다섯 살 허예인 어린이의 감상평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다르게 느낀다. 관람객 신추자(45)씨는 아예 “난해하다”고까지 말한다. 아이의 눈으로 느끼면 그저 예쁜 대상이지만 어른의 눈으로 분석하려니 어려운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서 15년 만의 2인전

백남준이 아이와 같은 천진함으로 비디오 아트를 만들다가 세상을 뜬 지 지난달 29일로 3주기다. 이를 기념해 후배 설치 미술가인 강익중이 백남준의 ‘다다익선’ 주변 나선형 회랑 벽 200m에 헌정작품인 ‘삼라만상’을 만들었다. ‘삼라만상’은 강씨가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만든 작품 6만여 점을 붙여 제작했다. ‘다다익선’과 ‘삼라만상’의 만남은 6일부터 1년 동안 열리는 전시 ‘멀티플 다이얼로그∞(인피니티)’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백남준·강익중 2인전은 15년 만이다. 1994년 두 사람은 미국 휘트니미술관에서 ‘멀티플 다이얼로그’라는 2인전을 했다. 동서양의 문화 충돌을 이민 작가의 관점에서 표현했던 두 사람은 한국 문화와 자신의 예술세계 특징을 ‘비빔밥’에서 찾았다. 강씨는 “백남준 선생은 다양한 재료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비빔밥을 자주 언급했는데, 이번 전시는 선생의 작품과 내 작품이 계속되는 대화를 통해 한국의 자연과 정신을 만나게 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남준 기념전은 다른 곳에서도 열린다. 용인 백남준 아트센터는 ‘백남준 페스티벌’을 연장 전시한다. 12일부터 3월 1일까지 18일간 센터 1층에서 열린다. 이태원 표 갤러리는 1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백남준과 김종학 2인전을 연다. 백남준의 ‘세기말 인간’ ‘피아노’ ‘비디오 소나타’ 등 미디어 설치 작품 3점과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판화 2점 등이 전시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