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 뮤지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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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11면

주방으로 변신한 무대 위. 프라이팬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맛있는 냄새가 피어나면 마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읽을 때처럼 군침이 돈다. 어린이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는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요리를 하는 공연이다.

뮤지컬 ‘고추장 떡볶이’

초등 3학년 ‘비룡’과 유치원생 ‘백호’는 씩씩한 이름과 달리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꼬마들이다. 형제를 과잉 보호하던 엄마가 어느 날 입원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며칠 동안 아이들 단둘이서만 집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해방감에 신이 났지만 점점 무섭기도 하고 옷 입기, 학교 가기, 잠자기… 모두 엉망진창이 돼 버린다. 이젠 무엇보다 배가 고프다.

마요네즈라도 먹으려다가 튜브를 찍 눌러 창문을 범벅으로 만들고, 튀김가루가 튀김인 줄 알고 먹으려다 사방에 쏟는다. 떡볶이를 만든다며 케첩·딸기잼·깍두기국물·핫소스… 빨간 건 몽땅 넣다가 홍초까지 부어 버려 극장 안에 시큼한 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이렇게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다가 인터넷도 찾아보고 하면서 아이들은 슬슬 요리가 뭔지 배워 간다. 그리고 엄마가 퇴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파인애플을 곁들인 ‘특제’ 궁중떡볶이를 야심 차게 준비해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어린이가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지만 이 뮤지컬은 주방에서의 ‘모험’뿐 아니라 ‘안전’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또한 아이들의 작은 키에 맞춰 조금씩 커진 싱크대와 냉장고·식기 등 소품은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2시간짜리 뮤지컬의 1막과 2막 사이에는 극중 노래를 율동과 함께 배우는 싱얼롱 시간도 가진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 집에 돌아가 당장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기도 전에 미리 칭얼거릴 아이들을 위해 극장 앞마당에서는 스태프가 떡볶이를 끓이며 나눠주고 있다.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다. 3월 1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문의 02-763-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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