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위원장 숨겨준 여성 조합원…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성폭행 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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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구속 수감 중)에게 도피처를 제공했던 조합원 A씨를 민주노총의 간부 B씨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이 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된 다음 날이었다. 대책을 논의한 뒤 A씨 집을 찾아가 문을 억지로 열고 성폭행하려다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간부는 이 위원장의 도피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간부다.

이 사건은 12월 26일 이용식 사무총장에게 보고됐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민주노총에 “1월 12일까지 일벌백계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피해자 측 대리인의 주장이다.

오히려 가해자 B씨가 “이 위원장이 너희 집에 숨어 있게 된 경위를 허위로 경찰에 얘기해 달라”고 피해자 A씨에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범인도피죄에 걸릴 것을 우려해 가짜 진술을 강요했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소통하는 중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인 김종웅 변호사는 “범인도피죄를 A씨 혼자 책임지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행동으로 매우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월 7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 사건을 조사했다. 결과는 30일 민주노총 상임집행위에 보고됐다. 그러면서 가해자 B씨를 해임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는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져 대서특필되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며 사태 확산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피해자 A씨가 우리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해자 B씨가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하려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민주노총은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최연희 전 의원의 성추행(2006년 2월 27일), 정몽준 의원의 성희롱(2008년 4월 4일) 논란 때 보여준 신랄한 비판은 찾기 어려웠다.

김기찬·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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