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 환자에겐 구강 대 구강 호흡법 오히려 역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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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심장마비로 호흡이 멎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곁에서 누군가가 가슴 압박과 함께 구강 대 구강(mouth to mouth) 인공호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 방법은 오히려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구강 대 구강 호흡은 불필요하며 흉부 압박을 계속하는 편이 생존율을 높인 다는 것이다. 구강 대 구강 호흡을 하는 동안 흉부 압박을 중단하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노르웨이 스타반거대 케네스 군데르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심장마비 환자 911명에 대한 자료를 수집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흉부 압박을 1초간 쉬면 그만큼 회복 가능성, 즉 혈액 순환이 돌아올 가능성은 1% 줄어든다는 것이다. 구강 대 구강 호흡과 흉부 압박을 번갈아가면서 하다 보면 구강 대 구강 호흡 동안에 흉부 압박을 쉴 수 밖에 없다. 구강 대 구강 호흡은 흉부 압박에 비해 효과가 없기 때문에 흉부 압박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심장병학회에서도 응급 처치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개정했다. 여기엔 구강 대 구강 호흡을 통한 심폐 기능 소생술 (CPR)은 불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같은 응급 처치 지침의 개정에 의학적 근거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 의학계에서도 심장 마비 환자에게는 구강 대 구강 호흡이 필요 없기 때문에 흉부 압박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 심장마비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법에 구강 대 구강 호흡이 포함돼 있다. 영국에서는 적당한 힘과 깊이로 분당 100회의 빠르기로 30회 흉부 압박을 한 다음 구강 대 구강 호흡을 두 차례 하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군데르센 교수는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하면 맨 먼저 119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흉부 압박은 강하게 빠른 속도로 해야 효과적”이라며 “모든 사람이 정기적으로 CPR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바이오메드 센트럴 메디신’(BioMed Central Medicine)’저널에 게재됐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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