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원고.덕원고등 학교이전 문제로 학생들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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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원고(대구달서구송현동)1학년 아들을 둔 金모(45.주부.달서구송현동)씨는 요즘“학교가 99년에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져 있다.

아들이 3학년 되는 해에 옮겨가기 때문에 행여나 대학입시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이런 고민은 경원고뿐 아니라 덕원중.고(대구수성구황금동)1학년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경원고(교장 金承和.58)의 경우 달서구용산동 와룡산 기슭으로 옮겨 갈 예정으로 이미 지난 4월15일 신축공사 기공식까지 가진 상태. 金씨는“학교측이 95년부터 이전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 문제를 새삼 얘기하는 것은 좀 엉뚱할 지 모르지만 올해 아이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 학교 동창회도 지난 5월 새로운 임원단 구성을 끝내고 이전반대운동을 시작,일이 더욱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동창회장 김인환(金仁煥.34)씨는“오는 14일 임원단 회의를 계기로 동문들의 학교 이전반대 항의전화와 서명운동,이를 알리는 플래카드 내걸기등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창회측은 특히“학교시설보다는 위치가 먼저”라며“교통불편이 심한 용산동보다는 지하철 1호선이 지나는 곳에 위치한 지금의 위치가 최적격”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교실에 비가 새는등 건물이 낡아 옮기지 않을 수 없다”며“새학교 건물은 과학실.컴퓨터실등의 최첨단시설을 갖춰 지금보다 좋은 교육환경”이라고 설득하고 있으나 쉽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

79년 개교,올해로 19년째를 맞고 있는 덕원중.고(학교법인 덕원학원.이사장 金진원.63)도 학교측과 지금의 1학년 학부모.동창회측이 학교 이전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덕원중.고도 99년 수성구욱수동으로 이전할 계획. 덕원고 동창회장 곽기철(郭起哲.34)씨는“개교 당시 논밖에 없었던 지금의 학교가 명문으로 자리잡았는데 또다시 욱수동으로 옮겨 가면 앞으로 또 20년을 기다려야 한다”며“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郭회장은 이어“99년에 3학년이 되는 지금의 1학년 학부모들이 더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덕원고 동창회도 지난해 12월 학교이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郭회장은 또“대구의 중.상류층이 사는 수성구 지역의 중학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지난 1월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도'욱수동으로 옮겨 가면 아이들을 보내기 싫다'는 대답이 대다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덕원고 김승영(金承永.52)서무과장은“학교 이전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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