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이 밝힌 북한실상 - 주민통제.우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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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황장엽씨는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에도 북한이 버텨나가는 수단이'통제'와'우상화작업'에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그는“북한이 식량난으로 1~2년안에 쉽게 무너진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단정했다.

북한은 유치원부터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말과 행동을 교조로 따르게 하는 교육 속에서 주민들에게'김정일을 옹호.보위하는 총폭탄'이 되도록 주입하고 있다.

게다가 김정일이 등장한 70년대 중반부터는 주민감시 조직인 보위부와 안전부 요원을 2~3배로 늘리고 고위 당간부의 집에는 도청장치까지 설치하는등 극도의 통제체제를 갖춰놓고 있다.

반면 김국태.김기남.김영춘등 자신의 핵심측근은 일반아파트 두채를 뚫어 연결한 호화아파트에 거주토록 하고 정치국 후보위원.부총리급 이상에는 벤츠승용차를 지급해 주는등 철저한 특별대우로 친위조직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주민들은 굶어죽어 가면서도 생존을 위해'김정일 만세'를 외치고 간부들은 숙청의 공포 때문에 충성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체제와 극심한 우상화작업은 거꾸로 북한의 근본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黃씨는“지식인들의 눈.귀.입을 모두 막고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대외정세를 아는 사람은 대체로 김정일정권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비록 김정일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은 아니지만 최근 당간부등 핵심계층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식량난에 대한 걱정과'폐쇄는 망국,개혁.개방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김정일에 대한 반발의 징후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군당.이당등 하부당으로 내려갈수록 일상화된 당원들의 무역.외화벌이.주택배정.직장배치 비리도 통제체제가 더 이상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黃씨는“김정일이 믿을 것은 군대밖에 없다면서 군대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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