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3년만에 메가폰 미스터리영화 '블랙잭' 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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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정지영감독(51)이 94년'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이후 3년만에 메가폰을 잡았다.추석개봉 목표로 현재 촬영이 한창 진행중인 새 작품은'블랙잭'.정감독의 설명에 따르면“미스터리와 서스펜스,에로티시즘이 결합된 재미있는 영화”이다.

'블랙잭'은'남부군''하얀 전쟁'등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고,지난 3년간은 영화진흥법 개정등 한국영화계의 현안을 놓고 당국과 싸우는데 앞장서 온 정감독이 본격 흥행작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작품.'빅토르 최'를 기획해온 정감독으로서는 의외의 선택인데다가 개성파 스타 강수연.최민수가 처음으로 공연하는 작품이기도 해서 영화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타락한 경찰인 오세근(최민수)이 우연히 만난 유부녀 장은영(강수연)에게 강하게 이끌리고,그녀의 음모에 휘말려 결국 그녀의 남편을 죽이게 되는 영화의 줄거리는'위험한 여인'이 등장하는 누아르영화의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하지만 장은영은'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같은 악녀스타일이 아니라 가녀리고 연약한 면이 많은 여성.“한국에는 샤론 스톤같은 악녀가 절대 있을 수없기 때문”이라고 정감독은 말한다.장은영은 한국적인 악녀라는 이야기다.

흥행장르를 택한데 대해 그는 “지금 한국영화의 현실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제작비는 올라가는데 시장규모는 그대로다.제작편수가 자꾸 줄고 있는 형편이다.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작비를 절감하거나 시장을 넓히는 것인데'블랙잭'으로 한번 한국영화시장의 개척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싶다”고 설명한다.정감독은 또한'블랙잭'이 자신의 데뷔시절로의 회귀라고 덧붙인다.

“원래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다.히치콕의 영화들에 매료돼 감독을 꿈꾸게 되었고 또한 데뷔작인'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82년)도 미스터리영화였다.넓게 보면'하얀 전쟁'과'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도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지닌 작품들”이라는 것이다.그는 흥행영화의 성패는“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드느냐,즉 감독의 연출력이 관건이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한편 강수연은 여자주인공 은영에 대해“닭살이 돋을 정도로 여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여자”라고 설명하면서“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최민수씨와 호흡이 매우 잘 맞는다”며 웃는다.

자신도 성격이 강한 편인데다,최민수도 튀는 성격이어서 대립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을까 주위에서 걱정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남 기자

<사진설명>

한 유부녀의 음모를 따라가는 누아르풍의 미스터리영화'블랙잭'촬영장에서 포즈를 취한 정지영감독과 강수연,최민수(오른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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