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교육활동 초.중교서 큰 호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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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점수에 구애받지않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재미있어요.” 서울 서연중 3학년 김혜인(16)양은 미술과목에 자신이 없어 방과후 교육활동으로 택한 미술강좌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양의 어머니 계현옥(42)씨도“아이가 학교에서 싼 비용으로 미술을 배우면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 좋다”고 밝혔다.

서연중은 학습부진아를 위한 수학반.과학반을 제외하고 미술.음악.제2외국어등 22개 강좌를 개설,3백23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방과후 교육활동은 개인 과외나 학원 수강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학교가 다양한 강좌를 개설,학생들의 과외 수요를 수용함으로써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학생들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한편 인성교육.진로지도까지 겸하려는 교육 정상화 방안이다.

지난해 1학기부터 실시된 초.중.고교의 방과후 교육활동이 점차 뿌리내리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6월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전국 5천6백88교(전체학교의 99.3%)에서 3백78만4천여명(전체학생의 39.7%)이 방과후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중학교는 2천5백95개교(95.4%)에서 1백18만8천여명(54.5%)이,고교는 1천7백44개교(92.2%)에서 1백66만8천여명(71.4%)이 참가하고 있다.이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학교 수는 전체적으로 6.9%,학생 수는 16.2% 증가한 것이다.

강좌는 초등 1백69개,중학교 1백53개,고교 1백87개 영역이 개설돼 있다.

서울성북구 돈암초등학교는 영어 19개반과 과학발명반 3개반등 36개반을 운영,전교생 1천3백명중 1천2백명이 1과목 이상을 수강하고 2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도 50여명에 이른다.

바이올린강좌를 수강중인 3학년 신가연(9)양은“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우니까 학원에서 교습 받는 것보다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자녀가 각각 과학발명반과 컴퓨터반에 들어있는 학부모 심모(40)씨는“교내 과외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지 아직 확신이 안선 상태이나 경제적 부담은 많이 덜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교 박용복교장은“방과후 교육활동이 과외문제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나 적어도 학원 2~3곳을 다니던 학생들이 1개 학원만 가는 정도로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방과후 교육활동이 안고있는 문제점은 방과후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일선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과 컴퓨터와 예체능등 전문지식을 지닌 강사 확보의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돈암초등과 서연중은 인근 대학을 통해 강사를 확보하는등 걸림돌을 해결해 나갔다고 한다.

중.고교의 방과후 교육활동은 입시준비때문에 일반교과목에 대한 획일적인 보충수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교과외 활동이 전무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영어.수학.국어.과학.사회과목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방과후 교육활동으로 교과외 활동을 운영하는 극소수 고교의 학생들 반응은 매우 좋다.여의도고 2학년 기형준(18)군은“매일 1시간 정도 검도반에서 땀낸뒤 자율학습하면 공부의 능률도 높아져 검도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강무섭 수석연구위원은 방과후 교육활동을 내실있게 실시하려면▶강사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강사 풀(pool)제를 도입하고▶고교생들이 학과 공부의 압박에서 벗어나 취미.특기를 살리고 진로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교과외 교육활동을 권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양원.박혜민.이상언 기자

<사진설명>

방과후 교육활동은 학생들이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교과외 활동 위주가 돼야 한다고 교육전문가들은 지적한다.사진은 방과후 교육활동 시간에 지점토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서연중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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