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 MBC 스페셜다큐 '미혼 임산부의 비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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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내 따뜻한 품속에 한번도 안아보지 못했지만…세상의 어느 엄마보다 널 사랑한단다.”한 미혼모가 곧 입양될 자신의 아기에게 쓴 편지다.

10일 밤11시 MBC다큐스페셜'위기의 선택-미혼 임산부'(연출 이강국)는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가진 임산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한해 40만명으로 추정되는 미혼 임산부.그중 6천명 정도만이 아기를 낳는다.

이유진(가명.21)씨는 어려운 결단을 내린 6천명 중의 하나다.시골집을 떠나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씨는 임신 4개월째부터 미혼 임산부 수용시설인 대구 혜림원을 찾았다.그리고 지난달 14일 제왕절개 수술로 3.5㎏의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하지만 아기는 곧 위탁모에게 넘겨졌다.위탁모와 지내며 자기를 데려갈 새 부모를 기다려야하는 운명.스스로는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고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이씨가 친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혜림원에는 이씨 이외에도 출산을 결심한 미혼 임산부 20여명이 살아간다.서울중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눌러 앉다시피하며 화제의 다큐멘터리'신생아병동 25시'를 만들었던 이PD는 이번에도 혜림원에서 20일 가량 미혼 임산부들과 함께 살아가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심지어 이씨의 제왕절개 수술실까지 따라 들어갔다.

미혼 임산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위기의…'에는 얼굴을 가리기 위한 모자이크 처리가 없다.그래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는 없다.카메라의 각도를 조절해 얼굴의 일부분만 나타나도록 했기 때문이다.이런 기법으로 화면에 담을 수 있었던 미혼 임산부의 한쪽 눈이 내레이션보다 훨씬 강하게 이들의 감정을 나타내 준다.이PD는“사실적 화면을 통해 감동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취재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이달 초.이유진씨로부터 이강국PD에게 반가운 연락이 왔다.

“부모님께 사실을 털어놓고 아기를 찾아왔어요.엄마인 제가 키울거예요.” 권혁주 기자

<사진설명>

한 미혼 임산부가 입양을 위해 자신의 아기를 떠나보내기 직전,마지막으로 아기를 안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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