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환자에 의약품 宅配 인기 전화 진료후 藥 즉시 배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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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수께끼 하나.'병원에서 가장 짜증날 정도로 붐비는 곳은?' 답은 물론

투약대기실이다.진료 각과에서 보낸 처방전이

비슷한 시간대에 몰려 약을 타기까지 보통 1~2시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

90년부터 심장판막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임모(39)씨의 경우를 한번 보자.

그에겐 병마와 싸우는 것 이상으로

고통스런 일이 있다.광주에서 경기도 부천 세종병원으로 통원치료를 받는 그는 한달에 한 두번은 어김없이 장도(?)에 올라야 한다.

오전8시30분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은 7시.병원에서 잠깐 의사얼굴을 보고 약을 받으면 이미 시계는 오후3~4시를 가리킨다.아무리 서둘러도 광주에 도착할 때는 어둠이 그를 맞는다.

그러나 이번달 그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대신 병원에서 보내준 깔끔하게 포장된 약을 집에서 받았다.최근 일부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의약품 택배제 덕을 톡톡히 본 것. 현재 유통업을 하고 있는 그는“약을 타기 위해 하루 꼬박 고생했지만 택배이용후 시간과 교통비절감은 물론 심적인 부담도 크게 덜게 됐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택배제도를 활용한 원거리 진료풍경 한토막.“두통은 좀 멎었습니까.이제 볼펜을 잡고 글씨를 쓰실 정도가 됐다구요.많이 좋아졌군요.이번에 보내드릴 약에는 머리를 맑게 하고 체력을 보해주는 약재를 추가하겠습니다.” 경주 동국대 한방병원 윤종화(尹鍾和)교수는 하루 몇명은 이렇게 전화진료를 한다.물론 병원에서 처방한 약은 가정으로 배달된다.

최근 병원투약에 대한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의약품 택배제도를 시행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택배제의 원조(?)는 한의원들.첩약을 탕제로 만들 경우 3시간 이상 걸려 서비스차원에서 병원직원 또는 퀵서비스를 통해 직접 배달한 것이 효시다.

이후 택배회사들과 병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양방병원으로 확산,올 1월 경북대병원을 필두로 세종병원과 원주기독병원이 택배제를 채택했고,인하대병원과 전주예수병원 등이 계획 중이어서 급속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택배이용자들은 주로 심장병.고혈압.당뇨 등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장기환자들과 직장인등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병원과 같은 진료권내에 사는 사람은 택배료로 3천원정도만 더 내면 된다.

시외나 지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줄잡아 4천~5천원 선.아무리 늦어도 24시간 이내에 약은 집으로 배달된다.병원에 상주해 있는 택배회사 직원이 접수해 약을 집하장에 보낸뒤 박스포장을 거쳐 가정에 배달되는 시스템이다. 현재 약품택배사업에는 한진택배와 대한통운이 참여하고 있다.한진택배의 한 관계자는“현재 하루 택배이용자는 한 병원에 30~40명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투약대기시간에 대한 환자들의 불편함이 개선되지 않는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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