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경영도 기업하듯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부가 하듯이 기업을 경영했으면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공정거래위 관료들 앞에서 관료조직을 비판한 기업인의 얘기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는 주장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그러나 정부부처가 기업인을 초청해 스스로 비판받고자 하는 모습은 새롭다.이 작은 파문이 큰 파도가 돼 공공부문의 군살을 때리는 시작이 됐으면 한다.

규제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경제규제개혁의 추진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기존 조직과 관료를 그대로 둔 채 피상적인 규정을 조금 바꾸어봤자 규제혁파는커녕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규제개혁작업은 정부와 민간의 다툼으로 보기에 앞서 정부의 부처간 갈등으로 볼 필요가 있다.총리와 경제부총리가 모두 취임일성으로 규제혁파를 내걸었지만 별로 진전이 안되는 이유를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

규제개혁의 대상분야를 관장하는 관료들의 반대가 그 가장 큰 걸림돌이다.이들은 규제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해 온갖 변명을 한다.'효율성이 다는 아니다'라든지,'약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라든지,'경제 못지 않게 문화도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해당 부처관료의 존재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주장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뉴질랜드의 도널드 헌 전 정부개혁위원장은“개혁초기에는 국영기업체에 민간기업의 경영원리를 도입하는데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민간기업의 경영원리를 공공부문에 도입하려면 규제개혁을 반대하는 조직과 관료를 척결하고 개혁에 앞장서는 부처와 관료를 중용하는 길이 우선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