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해악 외면한 '충격광고' 상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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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백마디 말보다 강한 한장의 사진'.어쩌다 몇몇 7월호 패션잡지를 들춰본 사람이라면 이 얘기에 전적으로 동감할 것이다.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10대 소녀가 산부인과에서 다리를 벌린채 누워 낙태수술받는 장면을 묘사한 충격적인 광고사진 때문이다.구석에 찍힌 로고를 통해 이 사진이 청소년 대상의 청바지 광고라는걸 아는 순간 누구나 또한번의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다.〈본지 7월7일자 35면 보도〉 광고의 선정성 논란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빠른 시간에 소비자들의 시선을 빨아들여야 하는 광고의 속성상 업체마다'더 야하게,더 충격적으로'만든 광고를 경쟁하다시피 선보이는게 요즘의 추세다.

특히 최근 국내시장 규모가 급성장한 청바지업계의 경우 비슷비슷한 품질과 디자인으론 차별화가 안되다 보니,도를 넘어선 선정적 광고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국내 모업체는 40대 외국 남자배우의 무릎에 앳된 국내 여자모델이 파묻히듯 앉아 있는 광고를 내보냈었고,또다른 업체는 게이들의 동성애 장면을 담은 카탈로그를 제작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나친 성(性)상품화로 이름높은 게스.캘빈 클라인등 유명 해외 브랜드의 광고들 역시 이미 국내 잡지들에'침입'한지 오래다.

문제는 이들 청바지 브랜드의 주요 소비자가 10대들이고,그같은 광고의 주요 향수자 역시 청소년층이라는데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광고가 영화며 TV프로그램 못지 않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게 불을 보듯 뻔한데도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는 것도 답답하다.

현재 인쇄매체의 광고는 사후 자율규제에만 맡겨져 있는 형편이다.한쪽에선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광고에 대해 이처럼 케케묵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소비자 다수의 관심을 끈다면 성공한 광고가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낙태 광고'제작사만 해도“현재 10대들이 처한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는 1석2조의 방안”이라며 기획의도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방식으로 관심만 끈다고 해서 광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더욱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례해서 그에 따른 책임감도 늘어나야 한다는 점에서'제5의 미디어'인 광고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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