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보름달 보며 “불놀이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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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일 오후 5시41분. 대구에 달이 뜨는 시각이다.

이날 지역 곳곳에서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행사가 펼쳐진다.

‘경제난 극복’‘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 기원’‘주민화합’ 등의 소망은 담은 달맞이 축제다.

행사장에서는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액막이 연 날리기, 부럼깨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지난해 정월대보름 청도군 청도천 둔치에서 열린 달집태우기 모습. [청도군 제공]


◆“달집 태우며 소원 비세요”=이날 오후 6시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금호강 둔치. 달집에 불을 붙이면 소나무 가지가 타면서 내뿜는 하얀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다. 연기가 사라지고 불길이 치솟을 때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불길 위로 나타난다. 500여 명의 참석자는 저마다 한 해의 평안을 기원한다. 달성다사 12차진굿(다사농악)보존회가 마련하는 ‘금호강 달불놀이’가 올해로 10번째를 맞는다. 이에 앞서 오후 3시부터는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별고을광대·풍물굿패 매구·풍물굿패 소리광대·풍물굿패 소리결 등 10여 개 문화예술단체가 대북·모듬북·사물판굿·태평무 등을 선보인다. 다사농악보존회의 정연조 회장은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달집을 태우며 한 해의 걱정을 모두 날려 보냈으면 좋겠다”며 “정월대보름 행사를 통해 우리의 세시풍속을 면면히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고산농악보존회도 수성구 고모동 금호강 둔치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행사를 마련한다. 행사에는 높이 22m, 지름 14m의 초대형 달집이 등장한다. 이 달집은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청도군도 높이 15m, 지름 10m의 달집을 선보인다. 4.5t 트럭 50대 분의 솔가지와 길이 15m짜리 지주목 150여 개가 들어간다.


◆민속놀이 풍성=달맞이 행사장마다 민속놀이 마당이 마련된다. 제기차기·팽이치기·투호·윷놀이·굴렁쇠굴리기·널뛰기·비석치기 등 웬만한 민속놀이는 모두 체험할 수 있다. 다사농악보존회의 금호강 달불놀이 행사장에서는 쥐불놀이를 할 수 있도록 깡통이 제공된다.

대구 남구의 ‘달맞이 한마당’에는 이 지역에 주둔하는 미 육군부대의 마이클 소니에르 대구기지사령관 등 소속 장병 80여 명과 다문화 가정의 가족 등 100여 명이 참가하기로 했다. 한국의 풍습을 익히고 민속놀이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청도군에서는 고려시대 청도의 옛 이름을 딴 도주(道州) 줄다리기가 열린다. 줄은 지름 50㎝인 원 줄 100m와 가닥 줄 80m짜리 80개로 만들어지며 볏짚 2만2000여 단이 들어간다. 경북 내륙지방에 남아 있는 유일한 별신굿이자 대보름 행사인 호계 별신굿이 문경시 호계면 부곡리 오얏골에서 8일 오전 10시부터 9일 오후 5시까지 재현된다. 전석태 대구 남구청 문화관광담당은 “정월대보름 행사가 우리 민속놀이의 체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권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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