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서울 온 ‘예술 에로’ 클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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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클림트는 죽기 1년 전인 55세 때 ‘아기’(1917, 110×110㎝)를 그렸다. 아기는 눈을 빛내며 세상을 향해 호기심 어린 손을 뻗고 있다. [벨베데레미술관 제공]


에로티시즘의 예술적 승화를 이끌어낸 화가, 클림트가 한국에 왔다. 아시아 첫 대형 전시다. 5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토털 아트를 찾아서’다. ‘유디트1’(1901)· ‘아담과 이브’(1917) 등 유화 37점, 드로잉 및 포스터 70여 점, 1902년 전시 때 선보인 벽화를 84년 재현한 ‘베토벤 프리즈 레플리카’ 등 총 110여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클림트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을 중심으로 확보한 작품들이다. 전시기획사인 문화에이치디측은 “보험가액만 25억 유로(약 4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귀금속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클림트는 벽화 작업을 하는 장식화가로 출발했다. 세기말 유럽을 풍미하던 미술사조들을 흡수한 그는 황금빛과 화려한 색채로 대표되는 독특한 작품으로 빈의 예술계에 열띤 미학적 논쟁을 낳으면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보수적 예술계에 도전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모임인 ‘빈 분리파’를 결성하고 초대 회장을 맡아 활약했다. 빈 분리파는 회화·건축·공예·실내장식 등 다양한 장르가 통합된 토털 아트(총체 예술)의 개념을 이끌었다.

클림트는 금박 입힌 장식적 화면 속에서 황홀경에 빠진 채 입맞추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그린 ‘키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미지를 기대하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을 먼저 맞는 것은 비엔나 분리파, 토털 아트, 세기말 등 클림트의 예술을 형성한 핵심 개념이다. 몇 점 안 되는 금빛 팜므 파탈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초기 사실주의 작품과 수많은 드로잉을 거쳐 마지막 방까지 가야 한다.

클림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듯 일반 관람 첫날인 2일 오전부터 자녀를 대동한 의욕적인 학부모들로 전시장은 북적였다. 그러나 도발적 여성 누드 드로잉 위주의 전시장은 어두웠고,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의 키에는 그림 내용이 높았다. 입장료는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8000원으로 국내 미술 전시 사상 최고가다. 02-334-425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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