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일성 사망후 對美관계 - 한.미관계 뛰어넘기 역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김일성(金日成) 사망후 북한은 활로를 대외관계 개선에서 찾아왔다.북한은 특히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북한에 가해지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이겨내고 남북한간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시도해왔다.미국.중국.일본과 북한간 관계변화를 점검한다.

김일성 사망 직전 지미 카터 전미 대통령의 방북으로 전쟁의 위기를 넘긴 북한과 미국은 이후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을 계기로 관계개선에 주력해왔다.현재 양자는 차관보급의 회담을 거의 정례화하고 있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간의 실무자급 접촉은 거의 상설화돼 있다시피 하다.

이는 북한붕괴로 인한 동북아정세의 급변을 우려하는 미국이 북한을'연착륙'시켜야 한다는 정책목표 아래 꾸준히 북한과 접촉을 늘려온 탓이다.북한 역시 미국의 이같은 입장을 활용,식량지원 등 체제유지에 필수적인 실리를 챙겨왔다.이처럼 북미관계는 한편으로는 상당히 개선돼온 것이 사실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한계속에 머물러 왔다.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즉 남한을 봉쇄하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한다는 북한의 전략이 현실성을 결여한 탓이다.미국의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돼 있는 현단계에서 한미관계보다 북미관계를 우선시할 수 없다는 상황을 북한이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평화 4자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그러나 북한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이같은 시도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워싱턴=이재학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