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판기업 사외이사들 반대표결 한번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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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 간판기업들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상장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해 사외이사 활동내역에 따르면 삼성전자.POSCO.KT.한국전력.현대차.LG전자.가스공사 등 한국 대표기업들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반대한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차례 이사회를 열어 ▶삼성카드 유상증자 참여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총액한도 승인 ▶주식매수 선택권 부여 등 모두 40건의 의안을 처리했는데,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1명도 없었다.

POSCO도 11명의 사외이사들이 8차례 이사회에 참석해 ▶이사 특별 인센티브 지급 ▶중국 합작사업 참여 ▶포스코터미널 증자 참여 등 47건을 100%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SK텔레콤의 사외이사 6명도 계열회사와의 부동산 임대 등 26건의 의안에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

현대차 이사회는 4차례에 걸쳐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와 출자 등 27건을 논의했지만 사외이사들의 반대표는 1건도 없었다. LG전자의 사외이사 4명도 지난해 이사회에 상정된 48건의 의안에 100% 찬성했다.

또 KT.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의 사외이사 활동내역표에도 '찬성'과 '미참석'은 있어도 '반대'는 아예 없었다.

소액주주와 노조의 추천으로 현대증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참여연대 하승수 변호사는 "사외이사가 반대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며 "그러나 사외이사 제도가 상당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주주와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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