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초등교 열린교육 현장 학년제없이 토론위주 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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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번 주는 강원도 일대에 장마전선이 몰려와 많은 비가 내리겠습니다.특히 주말쯤 평창지역에 비가 많이 내릴 전망이니 주민들은 수해를 입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세우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2일 오전 강원도 횡성군 덕고초등학교 5학년 자연시간. 학생 8명이 돌아가면서 가상 일기예보를 발표하는 동안 다른 학생은 발표 학생의 1쯤 앞에 앉아 비디오로 촬영하고 있었다.촬영 내용은 교실 한편에 있는 32인치 TV 화면에 그대로 방영됐다.

담임 조명순(32.여)교사는“학생이 방송사의 일기예보 보도담당자 역할을 맡아 기상예보를 하고 있다”며“학생은 직접 신문을 참고해 한주일의 일기예보를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자연과 날씨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살아있는 교육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전체 학생이 39명에 불과한 초미니 덕고초등학교는 불과 3년전만 해도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폐교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95년부터 시작된 교육개혁 바람은 덕고초등학교를 변모시키면서 이제는 서울.경기도 수원.원주 등에서 일부러 전학왔던 학생이 10여명에 이를 정도로 유명한 학교가 됐다.

이 학교는 교실마다 펜티엄급 컴퓨터. 캠코더. VTR. 오디오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벽면에 놓여있는 학생 책상마다 전기스탠드가 갖춰져 있다.모든 공간을 교육시설로 활용,복도에는 컴퓨터학습실이 설치되어 있고 교장실은 어학학습실로 전환됐다. 이영국(57)교장의 집무실은 복도 한끝에 자리잡고 있다.식당에는 어린이노래방이 있어 아이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도 특이하다.수학.체육은 무학년제로 운영돼 수학의 경우 학생은 수준에 따라 6백단계 과정을 거쳐야 하며 학습시간은 80분을 기준으로 교사가 열린학습 내용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이 학교에는 종소리.숙제.책가방이 없다.학생평가는 교사가 수시로 컴퓨터에 입력한뒤 방학전에 출력해 학부모에게 보낸다.

방과후에는 영어교실.탁구교실등 23개 특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박찬균(55)교감은“모든 시설을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어 아침 일찍와 저녁 늦게까지 학교를 떠나지 않는 학생이 많다”며“가출 학생도 학교는 올 정도”라고 밝혔다.5학년 김소영(12)양은“학교가 달라진 뒤로는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군 원당초등학교도 학생 66명의 미니학교로 수업시간을 45분에서 80분으로 늘려 신문활용교육(NIE).지그소우(jigsaw)퍼즐. 토픽. 코너 학습등 다양한 열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홍규(35)교사는“학생을 4명씩 한조로 편성한뒤 조마다 다른 주제를 내줘 공동 학습토록 하고 나중에 조마다 발표하는 지그소우 교육은 학생의 창의력과 흥미를 높여 준다”고 말했다.

미니학교에서만 열린교육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강원도 강릉시 초당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천4명인 대형학교로 학급당 학생 수도 40여명에 이른다.이 학교는 교육내용에 따라 책상 배열을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열린교육 전용교실을 마련하고 전체 26개 학급 이름도 '나래방''다솜방''하늘방'등 나름대로 특색있게 고쳤다.

6학년 새샘방 교실에서 NIE를 받으며'나도 영화감독'이란 주제를 놓고 영화관련 신문기사를 스크랩하던 정현수(13)군은“NIE는 교과서가 아닌 실제 생활속에서 지식을 배우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횡성.홍천.강릉=오대영 기자

<사진설명>

강원도횡성군 덕고초등학교 5학년생들이 자연 시간에 비디오시스템을 이용,일기예보 보도 실습을 하고 있다.한 학생이 신문의 일기예보란을 참조해 작성한 날씨기사를 읽는 모습을 다른 학생이 캠코더로 촬영,TV 화면에 방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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