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휴대전화와 대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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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파일럿(시험)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SBS ‘브레인 코리아’. 개그맨 신동엽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생방송됐다.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방송을 보고 TV로 통신을 하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이런 기술 변화는 TV프로그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상파와 케이블.위성방송엔 최근 모바일과 메신저 서비스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쌍방향 대화'를 통해 시청자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늘려갈 전망이다. 휴대전화 인구 3600만 시대, TV 프로그램의 지형을 바꿀 실험이 진행 중이다.

◆ '뉴미디어형' 시청자 참여 프로=파일럿(시험)방송을 거쳐 지난달 8일 본 방송을 시작한 MBC '대한민국은 통화 중'은 휴대전화를 통해 여론을 읽는다는 취지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이슈에 대해 시청자들이 의견을 밝히고 그 결과를 성.지역.연령별로 나눠 소개한다.

'대한민국…'이 첫 테이프를 끊은 후 뉴미디어를 방송과 접목한 프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코너가 한 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청자들이 간단한 게임 툴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출연자와 함께 퀴즈문제를 풀게 한 것이다.

SBS 역시 지난달 26일 시청자들의 참여가 가능한 '전 국민 두뇌혁명-브레인 코리아'를 선보였다. 일반인과 연예인.신동들이 나와 두뇌대결을 벌이고 일반 시청자는 휴대전화와 메신저를 통해 퀴즈에 참여한다. 파일럿으로 나간 첫 방송엔 7만여명의 시청자가 접속했다. 이 밖에 생방송은 아니지만 SBS '야심만만-만명에게 물었습니다'도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1만명에게 설문을 받고 있다.

◆ "스토리도 내 마음대로 골라본다"=케이블과 위성방송도 모바일 이용에 적극적이다. 게임채널 퀴니는 지난 4월부터 모바일로 참여하는 추리 드라마 '녹색 수첩'을 방영 중이다. 실종.살인 사건 등의 해결과정을 그린 것으로, 휴대전화의 어떤 버튼을 누르느냐에 따라 다양한 줄거리를 즐길 수 있다. 주인공이 돋보기를 집어드느냐 책을 집어드느냐에 따라 이후 스토리가 달라지는 식이다. 하루 1000여건이 접속되고 있다.

또 음악채널 MTV코리아에서 월~금요일 방송하는 '생방송 내 친구 MTV'는 VJ가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대신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휴대전화 문자 내용이 자막으로 나오면 VJ가 이에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문자메시지로 VJ와 시청자가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개념의 토크쇼인 셈이다. 이 밖에 KMTV '생방송 해피콜'은 최근 문자에 이어 사진까지 방송에 끌어들였다.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이 보내오는 문자와 사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미고, 신청곡도 선곡해 방영한다.

◆ 아직은 시행착오 중=SBS 이제권 책임 PD는 "신기술이 TV 프로그램의 형식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시청자들이 단순한 관전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변화하는 시발점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방송인들이 이런 견해에 수긍한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불안정한 연결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방송사 게시판에는 "접속이 끊기는 바람에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SBS '브레인 코리아' 는 방송 도중 그래픽이 뜨지 않는 등 기술적 문제가 생기자 MC 신동엽이 "이런 게 생방송의 묘미죠"라며 둘러대기도 했다.

초기엔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방송위원회가 '대한민국은 통화중'에 대해 "비과학적 여론조사 결과를 여과없이 방영한다"며 두차례 경고조치를 내리자 MBC는 민감한 사안의 경우 전문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바꾸기도 했다.

서비스 이용료를 둘러싼 저항도 있다. '대한민국은 통화중'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건당 50원의 정보이용료를 물게 된다. SBS '브레인 코리아'도 처음 600원을 내고 휴대전화에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이용료는 따로 내야 했다. '대한민국…'의 이흥우 PD는 "이 돈은 통신사와 프로그램 관리 업체가 가져가는 것이고 방송사는 한푼도 받지 못한다"며 "방송사가 수익 사업을 한다는 얘기는 오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상복.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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