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화당 의원 또 각료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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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저드 그레그(62·사진) 뉴햄프셔주 연방 상원의원을 상무장관에 공식 지명할 것이라고 CNN 등 미 언론이 2일 보도했다. 그레그 의원이 의회 인준을 받으면 오바마 내각에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레이 라후드 교통장관에 이어 세 번째 공화당 출신 각료가 된다.

당초 오바마 대통령은 히스패닉계로 대선에서 공을 세운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상무장관에 지명했다. 그러나 리처드슨은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해 연방 대배심이 조사에 착수하자 “의회 인준이 지연될 수 있다”며 자진사퇴했다.

그레그 의원은 컬럼비아대를 나온 변호사 출신으로 하원의원(4선)과 뉴햄프셔 주지사를 거쳤으며, 예산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 지난해 대선 당시 공화당의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지했고, 지난해 말 7000억 달러 규모의 금융구제안 입법협상 때 공화당을 대표해 참가했다. 오바마는 보수성향이긴 하지만 합리적 성품의 그레그가 상무장관으로 일할 경우 의회에서 공화당의 협조를 구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판단해 그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레그 의원이 상무장관이 되기 위해 의원직에서 물러날 경우 의원직 지명권을 가진 민주당 소속 존 리치 뉴햄프셔 주지사는 그레그의 비서실장을 지낸 공화당 인사 보리 뉴맨을 후임 연방상원 의원으로 지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인사가 그레그 후임이 될 경우 민주당은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60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레그는 이를 의식해 “나의 입각으로 상원 의석 분포에 변화가 생긴다면 (장관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오바마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교통정리했기 때문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장관 인준 진통 예상=미 상원은 2일 찬성 75표, 반대 21표로 에릭 홀더(58) 법무장관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홀더는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법무장관이 됐다. 연방 검사와 판사를 거친 홀더는 빌 클린턴 정부 당시 법무부 부장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오바마 내각에 대한 상원 인준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의 인준 여부가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가 12만 달러 이상의 세금을 내지 않다가 장관으로 지명된 뒤 이를 몰아서 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슐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여전히 신뢰한다”며 정치적 스승이기도 한 대슐을 옹호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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