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내 기숙형 공립고교 군·면 지역 인재 꽉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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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대암중 출신 정기석(16)군은 우수한 성적으로 양구고에 진학했다. 그는 요즘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6시간의 보충수업에 이어 2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저녁식사 후에는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춘천 소재 고등학교 진학도 생각했지만 기숙사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고, 장학금도 받으며, 노력하면 대학 진학도 문제 없다는 생각에 지역 학교를 택했다.

기숙형 공립고교 선정 등의 영향으로 강원도내 군 지역 성적우수 중학생 상당수가 해당 지역 고교에 진학, 인재 유출을 막는 역할을 했다. 향토인재 양성은 물론 인구감소를 막으려는 자치단체의 노력도 한몫 했다.

화천군학습관에 입교해 공부하는 학생들. 이곳에서 공부한 중학생 입교자 16명 모두 타 지역 학교 대신 화천고에 진학했다. [화천군 제공]


◆지역인재 대거 유치한 기숙형 학교= 양구중 성적 상위권 학생의 경우 전출이 예정된 군부대장 자녀 등을 제외한 6명이 양구고로 진학했다. 면 지역 중학교 상위 학생도 대부분 양구고로 진학했다. 여학생은 상당수가 양구여고로 진학했다. 이 같은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상위그룹 학생 대부분은 춘천지역 고교로 진학했었다.

화천군 지역도 우수한 성적의 중학생을 선발해 수용한 화천학습관 입교생 남·녀 16명 모두가 화천고에 진학했다. 이 지역도 성적 우수학생 상당수가 가까운 춘천으로 빠져 나갔었다.

철원고의 경우 철원중 출신 성적 우수학생 모두가 입학한데다 인근 경기 포천지역에서도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진학해 학교 관계자를 놀라게 했다. 이밖에 정선고·영월고·양양고·평창고 등도 예년보다 좋은 학생을 많이 확보했다. 그러나 홍천·인제군 등은 여전히 우수 인재를 특목고나 외국어고 및 도시지역 고교에 내줬다. 강원도내 기숙형 공립고교는 11개다.

◆좋아진 환경에서 열공= 성적 우수 중학생들이 진학한 기숙형 공립고로 선정된 학교는 2010년까지 현대식 기숙사를 갖추게 된다. 현재 양구고, 철원고 등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화천고는 화천군이 운영하는 학습관이 있다. 양구여고는 기숙형 학교는 아니지만 운동선수 숙소를 기숙사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른 지역에서 하숙과 자취 등 어렵게 공부하는 것보다 기숙사에서 편안하게, 학교의 집중 관리와 지도를 받으며 공부할 수 있어 지역 학교를 선택했다. 화천 간동중 출신 이하람(16)군은 “서울 또는 춘천지역 학교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습관이 생겨 화천고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한 학교는 방학 중에도 예비 1학년생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실시했다. 양구고와 철원고는 4일까지 희망자에 한해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홍천고는 16일부터 28일까지 할 계획이다. 나머지 학교도 1월 말까지 예비 학생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을 했다.

◆자치단체도 적극 지원= 지역인재 유출을 막는 데는 자치단체의 노력도 컸다. 화천군은 64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화천학습관을 지난해 9월 개관, 국·영·수 등 전임 강사와 탐구영역의 임시 강사를 둬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구군은 57억 원의 양록장학금을 조성해 지원하고 있으며, 영월군은 영월고에 기숙사 건축비의 50%를 지원했다. 철원군은 철원고 기숙사 리모델링비를 지원했고, 정선군은 방과후 학교 수업비를. 양양군은 온-오프라인 강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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