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순위 고객 의사·변호사도 … 연체율 높아지자 대출 한도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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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젠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도 은행 돈 빌리기가 예전 같지 않다. 은행들이 우량 고객에 대한 대출도 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득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는 은행에는 꼭 붙잡아야 할 ‘우수 고객 1순위’다. 특히 의사들은 개업할 때 비싼 의료장비를 갖춰야 해 대출 수요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고 은행의 자금사정이 빡빡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대출도 감축 대상에 오른 것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인 ‘닥터론’의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내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개업을 앞둔 의사에 대한 대출한도를 3억원에서 2억원으로 각각 낮췄다. 신한은행은 의사와 변호사에게 나가는 ‘TOPS전문직 우대론’의 최고한도를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줄였고, 대학 교수에 대한 대출한도도 2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축소했다. 또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에 대한 ‘엘리트론’ 대출한도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내렸다.

이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전문직 종사자들의 상황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들에게 대출이 이뤄질 경우 일반 가계대출보다 거액이 나가므로 재무구조에 신경 쓰는 은행에는 부담이 된다.

최근엔 특히 의사들의 연체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2일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산부인과들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의사들의 대출한도가 다른 직종보다 높은 편이라 위험관리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의사들의 연체율이 다른 직종보다 낮기는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성을 희생한 채 실직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중소기업에 대한 ‘출혈 대출’을 감수하겠다는 은행도 있다. 정부 시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은 근로복지공단과 제휴해 실업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IBK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한다고 2일 밝혔다. 실직 가정엔 연 3.4% 금리로 600만원의 생활자금을 빌려준다. 또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과 실업자에겐 연 2.4%의 금리로 300만~600만원까지 대출을 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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