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본 화병 - 기순환 막는 모든 병의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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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울화(鬱火)를 참는 것은 만병의 근원'. 한의학에서 화병은 글자 그대로 억울한 감정이 쌓여 불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경희대 한방병원 김종우교수(신경정신과)는“우리나라에 화병이 많은 것은 여성을 고정관념으로 규정하고 억압하는 우리 전통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여자는 차분하고,섬세하며,참을성이 많아야 한다'는 다분히 남성위주 사회가 정의한 틀속에 여성을 가둠으로써 기(氣)의 소통을 막아놓는다는 것. 화병의 증세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소화기계 질환.가슴이 답답하고 막힌듯한 불쾌감,흉통,변비,식욕부진이 대표적인 증상들. 항상 피로하고 얼굴이 달아오른다거나 자주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자율신경계 부조화도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 증세들이다.만성화되면 두통,불면,얼굴 부종,무기력으로 이어지고 생리불순.냉대하도 단골증상으로 찾아온다.

화를 내면 혈기가 위로 올라가 간과 위가 상하고,근심이나 걱정은 기의 순환을 막아 폐와 비를 망가뜨리는 등 만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여성 화병을 불러오는'주범'은 남편의 의식과 태도. 김교수는“병원을 찾는 여성들 중 대부분이 남편의 외도와 음주벽,그리고 시부모와 아내의 중개역을 제대로 못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으며,요즘에는 자녀 교육문제,남편의 명예퇴직 등 생활고에 따른 화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같은 환경이라도 성격이 소극적이고 비사교적이며 꼼꼼한 사람이 화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화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개선과 함께 마음과 성격을 다스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가정내 문제를 가족구성원 모두가 분담토록 하며▶자신을 지지해 주는 친구나 친지들을 많이 만들어 두는 것도 요령이다.

화병의 한방치료는 침,약물,뜸,한방정신요법 등 4가지.침과 뜸은 유방 사이 평소 답답하고 아팠던 혈자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침은 15분 정도,뜸은 2분 내외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약물요법은 맺힌 기를 풀어주고,치밀어 오른 기는 내려주는 원리로 기의 순환을 활발하게 도와주는 한약재를 쓴다.

정신요법은 마음의 안정과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호흡을 조절하고,심신의 기능을 높여주는 선인들의 체조법 등이 응용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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