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정원 늘리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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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기업이 신입 사원의 임금을 깎아 마련한 돈으로 청년인턴을 더 채용하거나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침을 다음 주 공기업들에 내릴 예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최근 공기업들이 대졸 신입사원 임금을 깎아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어떤 형태로든 공기업 정원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것은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라며 “공기업의 임금 삭감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29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일자리 나누기에 공기업과 금융기업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은 인건비 경감 등을 의미한 것”이라며 “공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임금을 삭감해 우리 사회의 고임금 구조를 깨는 역할을 하면 임금을 낮춰 일자리를 늘리는 일자리 나누기가 민간 기업에서 확산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요 공기업의 대졸 초임 실태 조사를 하고 있으며 임금이 과도하게 높은 공기업엔 삭감을 권고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입 직원의 급여를 깎아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수출보험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일자리 나누기가 예정대로 시행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그러나 녹색성장 관련 사업이나 시설 증가 등으로 기능이 확대되는 공기업은 예외적으로 인력 증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일자리 나누기’는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고용 유지 기업 근로자 3만 명의 직업훈련비와 임금으로 500억원을 지원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퇴직금과 실업급여가 줄지 않도록 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일자리 나누기 참여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이나 컨설팅 지원사업에서 우대받고 정책자금을 더 싼 금리로 쓸 수 있다. 2년간 한시적으로 임금 삭감액의 30~50%를 비용으로 간주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상렬·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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