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서 떼낸 줄기세포 이용 … 강아지 ‘매직’‘스템’ 첫 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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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팀과 줄기세포 전문기업 알앤엘바이오는 피하지방에서 분리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27일 복제견 ‘매직’과 ‘스템’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직’과 ‘스템’은 비글 종이다.

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팀과 줄기세포 전문기업 알앤엘바이오는 29일 “세계 최초로 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개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구팀이 ‘매직’과 ‘스템’으로 이름을 지은 복제 견. [알앤엘바이오 제공]


2005년 태어난 ‘스너피’처럼 체세포로 개를 복제한 사례는 여럿 있었지만 줄기세포로 개를 복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달 초 특허청에 특허 출원했다.

이 교수 등에 따르면 세포를 제공한 개의 아랫배에서 피하지방 5g을 채취해 성체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한 뒤, 이 줄기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해 수정란 84개를 만들었다. 이를 다섯 마리의 대리모에게 착상시켜 이 중 한 마리에게서 복제 개 두 마리를 얻은 것이다.


이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생쥐나 돼지를 복제한 경우는 있었지만, 개는 복제 과정이 좀 더 복잡하다”며 “복제 성공률이 낮은 줄기세포 복제 방식에서 체세포 복제와 비슷한 수준인 2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은 상업적으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애완견 복제뿐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 같은 세포손상질환도 줄기세포를 배양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앤엘바이오는 이미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여성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고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다섯 마리의 개를 복제해 준 바 있다. 이 회사 라정찬 사장은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미국에선 큰돈이 들더라도 개를 복제하거나 치료하고 싶어하는 이가 많다”며 “이미 세 건 이상의 개 복제 주문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이 알앤엘바이오가 돌리 복제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팅라이선싱사와 벌이고 있는 특허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라 사장은 “기존 개 복제 방식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쟁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매직’과 ‘스템’에 대해 서울대 의대 법의학팀에 재검증을 의뢰한 상태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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