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앞바다는 '똥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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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휴양지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쥬메이라 비치가 오염돼 악취를 내뿜고 있고 영국 일간지 타임스가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쥬메이라 비치는 버즈 알 아랍 등 최고급 호텔들이 몰려있는 두바이의 관광 명소다.

"수질 테스트를 해보니 셀 수 없이 많은 대장균이 검출됐다. (이곳에서 수영하는 것은) 변기 속에서 수영하는 것과 같다." 쥬메이라 비치에 있는 보트 클럽 메니저로 일하는 케이트 머치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머치가 바다가 오염된 사실을 처음 알게된 것은 지난해 여름이다. 해변을 산책하는데 견디기 힘든 악취가 풍겨왔다. 물 빛깔은 탁한 갈색이었고 근처 모래엔 화장실 휴지가 널려 있었다. 오물 찌거기를 따라가 보니 부두 인근 갯바위 뒤에 숨어있는 배수관이 나왔다. 짧은 우기 동안 쏟아지는 빗물을 모아 바다로 흘려보내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빗물 대신 시커먼 오폐수가 바다로 쏟아지고 있었다.

머치는 배수관을 따라 내륙으로 수 ㎞ 들어가자 알 쿠오즈 공업지대가 나왔다. 시멘트·페인트·가구 공장이 몰려있는 곳이다. 머치는 이곳에서 수 십대의 분뇨수거 차량이 배수관에 오물을 무단으로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분뇨 운반 차량 기사들이 오물을 불법 투기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이 일대 하수처리장은 한 곳 뿐이다. 늘 분뇨 수거 차량들로 붐빈다. 운반량에 따라 돈을 받는 남아시아 출신의 가난한 기사들은 한번이라도 더 오물을 실어나르기 위해 중간에 있는 배수관에 오물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기사들은 "우리는 너무 가난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머치는 클럽 회원들에게 수질 악화 사실을 경고하고 보트 경주를 취소했다. 자신이 본 것을 사진과 함께 지자체와 관광·보건·환경기관 등 관광서에 제보했다. 하지만 묵살당했다. 관리들은 한 지역 신문에 이 사실이 보도한 뒤에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대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운반차량은 몰수, 기사는 국외로 추방하겠다고 했다. 또한 "최근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수질이 안전 기준에 부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머치는 "수질은 여전히 엉망"이라며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해본 결과 박테리아와 사람의 배설물, 각종 화학물질 등에 심각하게 오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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