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부도.법정관리 기업 처리등 주요 금융현안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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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개혁방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금융현안들이 표류하고 있다.우성.건영.한보그룹등 대형 부도를 맞은 기업의 사후처리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으며,대형부도를 막자는 취지로 마련된'부도방지협약'도 협약대상업체와 주거래 은행간 이견으로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금융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성건설그룹을 인수키로 한 한일그룹이 최근 우성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새로운 인수조건을 제시하면서 인수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관계기사 3면〉 한일그룹과 제일은행등 채권단은 지난 4월25일 우성 인수조건을 매듭지으면서 빠른 시일내에 우성에 대한 법정관리를 끝내고 경영을 정상화시키기로 했으나 한일측은 우성을 인수한 후에도 법정관리를 계속할 것을 요구하는등 인수조건을 새로 내놓아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려놓은 것이다.이와관련,채권단에서는“한일그룹이 사실상 우성인수를 포기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한일그룹측은“우성인수와 관련해 채권단과 합의를 본 것이 없고 지금도 협의가 진행중”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3자인수가 지연되면서 금융기관들이 우성그룹의 부동산에 대한 담보를 풀어주지 않자 우성그룹은 신규사업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23일 도산한 한보철강및 한보건설의 처리문제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별 진전이 없다.주거래 은행인 제일은행이 오는 7월8일 일정요건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한보철강의 공개매각을 추진키로 했지만 성사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또 한보건설에 대해서는 아예 매각 방식조차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주도로 지난 4월28일 도입된'부도유예 협약'의 이행과정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진로그룹과 대농그룹이 각각 지난 4월과 5월 부도유예 협약 대상이 됐지만 경영권포기각서 제출 문제로 주거래 은행과 해당 기업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자금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기업 인수합병 전문업체인 코미트M&A의 윤현수(尹炫秀)사장은“기업들이 부실기업 인수에 소극적인데다 정권말기에 정부나 금융당국이 주요 현안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까지 겹쳐 대형 현안들이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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