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신의 전기' 잭 마일스 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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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양문명의 뼈대를 형성한 기독교의 신(神)을 흥미롭게 분석했다.

종교적 숭배대상이 아닌 인간의 성품을 간직한 존재로서의 신의 모습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구약성경은 서양문학의 영원한 전범(典範)이라는 입장에서 성경에 드리운 교조적 권위를 걷어내고 있다.

기독교 신자에겐 불경스런 시도일 수 있으나 일반인들에겐 한편의 소설을 읽는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인간과 마찬가지로 갈등하고 분노하는 존재로 신이 그려지기 때문이다.때로는 순진하고 다정한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예컨대 신은 아담과 이브에게“선악과를 따먹는 날,너는 반드시 죽는다”고 경고했지만,그들을 죽이지 않았다.대신 아기를 낳는 고통과 들에서 일하는 괴로움을 형벌로 내렸다.또한 수치심을 가려주는 가죽옷을 만들어 아담과 그의 아내에게 입혀주었다.하느님이 극단적인 처벌을 내리는 무서운 존재에서 잘못을 덮어주는 자애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예다.

저자는 예수회 수사(修士)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근동(近東)지방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지호.김문호 옮김.각권 3백80쪽.각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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