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접목경영'확산 - 외부인사 영입통해 조직에 활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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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재계에 외부인사 영입이나 경력사원 채용을 통해 기존 조직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 소위'접목(接木)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공채출신이 연공서열순으로 요직을 나눠갖던 순혈(純血)주의를 타파하고 다양한 인력구성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다방면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기업경쟁력을 높이자는 의도다.

'접목'된 외부인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일부 그룹들은 기존 조직과 잘 융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인사,교육기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접목경영의 대표적 형태는 고위임원이나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스카우트해 오는 경우. 고합그룹은 사장단 18명중 15명이,금호그룹은 사장단 20명중 11명이 외부영입인사다.

18일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상장사 신임 대표이사 가운데 외부영입인사 비율은 93년 31.7%에서 96년 51.3%로 높아졌다.

기업들의 영입 주요대상은 공무원으로 최근'얼굴마담격'인 고위관리보다 전문성이 높은 과장급 중견관리들이 주로 영입되고 있다.

통상산업부의 경우 현정부 출범이후 민간기업으로 옮긴 5급(사무관)이상 공무원만도 15명에 달한다.

한 대그룹 관계자는“공무원을 영입할 경우 대체로 사무관급은 부장.이사,고참 과장급은 상무.전무,국장급은 부사장급으로 예우를 한다”고 말했다.

박사급 고급인력들은 직위보다 수당등 급여에서 우대받는 경우가 많다.

중.하위직에서 경력사원들이 주류를 이루는 회사들도 늘고있다.한솔 그룹은 전체 직원의 30%가 다른 회사에서 옮겨온 경력사원들로 한솔 PCS의 경우 이같은'외인부대'가 전체 직원의 80%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그룹의 연륜에 비해 사세(社勢)가 급성장하면서 자체 충원의 한계때문에 영입인사가 많은 것도 한 원인이다.

한솔그룹은 경력사원들을 그룹문화에 동화시키기 위해 입문교육,현장배치교육,관리자혁신과정,한솔문화 교육등 각종 교육을 실시해 기존 직원들과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경력사원이 40%이상을 차지하는 동원그룹도 접목경영을 중시하고 있다.구성원간의 융화를 위해 공채 선발된 신입사원 1명에게 선배 경력사원 1명을 배치해 3박4일간 교육을 함께 받게하는'튜터교육'이란 이색 프로그램도 실시하고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접목경영의 간접적 방안으로 올 봄철 신입사원 선발때부터 교수.언론인등 외부인사를 면접평가위원으로 참여시키는 채용방식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관료나 군출신 임원들이 퇴직이전 업무와 직접 관련있는 기업으로 옮겨 각종 인허가나 납품 업무등의 로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경력사원 채용도 기존 직원의 견제수단으로만 활용하기보다는 기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내의 경직된 순혈주의를 타파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할 것으로 지적됐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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