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 한국은행총재, 중앙은행 독립성 확보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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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경식(李經植.얼굴)한국은행총재의 진의는 무엇인가.지난 16일 중앙은행제도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발표에 참석한 이후 침묵을 지키던 李총재가 18일 오전 한은및 은행감독원 임원들을 총재실로 불러 정부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그러나 만48시간만에 입을 연 李총재의 설명내용에 대한 임원들의 해석이 서로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李총재는 먼저“중앙은행의 독립성.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고 이는 정부 최종안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소신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임원들은 은감원의 분리와 한은의 위상변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물었다.

먼저 은감원 임원들이“감독기구 통폐합에 대한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며 전문(傳聞)형식으로 반대의견을 표했으나 李총재는 요지부동.한마디로“감독체계 일원화는 옳은 방향”이라고 일축했다.개혁안을 처음 논의할 때부터 감독기구의 일원화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한은에 감독기능을 남겨두기는 어렵다는 것이 李총재의 설명이었다.

1개부의 감독조직과 검사요구권.공동검사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그나마“애를 쓴”결과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금통위의 집행기구로 전락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李총재는 메모지에 그림(조직도)까지 직접 그려가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 좁게 보지 마라.맨위에 금통위가 있고 그밑에 한은이 있다.금통위에는 사무국이 딸려 지원업무를 맡는다.이 3개의 조직이 모두 하나의 몸통을 이뤄 중앙은행이 되는 것이다.정부안은 이런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데 충분하다.” 임원들은 정부가 사무국을 장악하면 금통위는 정부의 손발이나 마찬가지로 움직이게 된다고 지적했다.금통위는 협의체이므로 정책을 만들려면 별도조직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때 한은보다 정부가 좌지우지하기 쉬운 사무국이 나서면 한은의 정책기능은 사실상 상실된다는 것. 그러나 李총재는“그게 그리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되물은뒤“입법과정에서 그런 점을 개선해 중앙은행이 독립적인 정책기능을 수행한다는 기본정신이 관철되도록 하겠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답변했다.

물가가 오르면 책임을 진다는 물가관리책임제에 대한 반대의견에 대해서도 총재가“앞으로 정부에서 돈을 풀라고 할 때'내 목이 걸려있으니 안된다'고 버티기가 수월해지지 않았는가”라며 되레 임원들을 설득했다.

이런 얘기들이 전해지자 특히 한은 위상에 대한 李총재의 발언에 대해 한은내에서는 다소 해석이 엇갈렸다.일부는“李총재가 내용도 잘 모르고 합의해준 것을 자인했다”며 李총재의'입장후퇴'로 받아들이기도 했다.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李총재의 소신에는 변함이 전혀 없고 다만 입법과정에서 합의안의 골격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언이었다”고 해석했다.결국 이날 李총재의 시각은 무엇인지,직원들의 생각과는 얼마나 큰 거리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참석했던 또다른 임원은 전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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