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보석함>18.매기의 추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현행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수록된 이 노래는 학창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학우들을 기리는 동창회 모임에서 즐겨 불린다.몇년전엔가 고교 동창인 탤런트 백일섭과 가수 조영남이 피로회복제 CF에 출연,어깨동무를 하고 부른 노래도'매기의 추억'이었다.이 노래는 주름살과 흰머리가 하나둘 늘어날수록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민요인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은'매기,그대와 내가 젊었을 때'(When You and I Were Young,Maggie).가사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출신인 조지 존슨이 청년시절에 쓴 시(詩)다.

이 시는 그대와 내가 사랑의 열매를 맺은뒤 먼훗날 백년해로(百年偕老)하면서 꿈같았던 옛날을 추억한다는'행복한'상상(想像)을 노래하고 있다.그러나 존슨이 결혼하던 1865년 그해에 아내 매기 클라크가 그만 클리블랜드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이런 아픈 사연이 담긴 이 시에 곡을 붙인 이는 영국태생의 미국 작곡가겸 지휘자였던 제임스 버터필드(1837~1891).영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와 가수로 활약하다 19세때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작곡가와 지휘자로 변신한 인물이다.

카우보이와 떠돌이 악사들이 밴조 반주에 맞춰 즐겨 불렀던 이 노래는 카운터테너로는 처음으로 레코딩을 남긴 미국인 리처드 조세가 1932년 70세의 고령에 녹음한 곡으로도 유명하다.

이어 1937년에는 베니 굿맨의 클라리넷 연주로 녹음됐고 40~50년대에는 컨트리음악의 일종인 블루글래스로 편곡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특히 프랭크 밀스 악단이나 미치 밀러 합창단,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의 녹음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 노래는 1925년 국내 최초의 소프라노와 테너였던 윤심덕(尹心悳)과 안기영(安基永)의 목소리로 일본 축음기회사의 음반으로 만들어졌다.안기영의 녹음은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의 피아노 반주로 이뤄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악보로는 1929년'이팔청춘 창가집''선발창가집'에 이어 1936년 홍난파가 펴낸'특선 가요곡집'에도 같은 제목으로 실렸다.가사를 한글로 옮긴 이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20~30년대의 가사 2절은 현행 가사와 조금 다르다.

'북망산(北邙山)수풀은 고요타/ 매기 영웅호걸이 묻힌 곳/흰 비석 둘러서 적힌다/ 매기,아! 우리가 놀던 곳/고운 새들은 집을 짓고/기쁜 노래 지저귀며 부른다/우리도 노래를 부르자/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사진설명>

윤심덕

ADVERTISEMENT
ADVERTISEMENT